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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번역 블로그 이대로 좋은가

최근 유명 외신이나 영어권 개인 블로그 포스트를 ‘그대로’ 번역해 소개하는 블로그가 많다. 어떻게 봐야 할까?

우리나라에 정식으로 소개되지 않은 많은 외국의 영화와 애니메이션들은 숨은 번역자들의 노고 때문에 많은 이들이 향유할 수 있다. (이미지: 심슨 17시즌 8화 The Italian Bob 중에서)

우리나라에 정식으로 소개되지 않은 많은 외국의 영화와 애니메이션들은 숨은 번역자들의 노고 때문에 많은 이들이 향유할 수 있다. (이미지: 심슨 17시즌 8화 The Italian Bob 중에서)

허락 없는 전문(全文) 번역은 자랑할 일이 아니다

가령 유명 사이트 테크크런치(Techcrunch)의 한국 지점 같은 걸 개설하고 좋은 기사 나오면 바로바로 글 전체를 밤새 번역해서 뿌리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가끔 너무 힘들면 중요한 한 단락만 번역할 수도 있고, 대개 한두 줄의 의견과 소개하는 이유를 덧붙인다.

방문자는 이 블로그에서 저자를 느끼지 구글 번역기를 느끼지는 않는다. 블로거 입장에서는 소재가 절대 고갈되지 않으며 시의성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영어를 못해서 소식을 빠르고 자세히 들어볼 수 없었던 수많은 독자들은 오리지널 사이트 대신 해당 블로그로 유입하고, 해당 블로그 인지도는 올라간다.

오래된 얘기지만 2007년 B닷컴 사례가 생각난다. 당시 해당 블로그는 스매싱매거진(SmashingMagazine.com) 기사를 그대로 번역해 올리고 있었다. 한 방문자가 출처가 없어 불펌이나 마찬가지가 아니냐고 묻자 해당 블로그 운영자는 상당히 화를 내며, 뒤늦게 출처를 표시했다.

방문자: 제대로 된 블로거라면 떳떳하게 자기의 생각으로 자기 글을 올릴 수 있어야 합니다.

B닷컴: 이건 누구 생각인가요? 님이야말로 물타긴가 줄타긴가 하고 있네요.

방문자: 남의 글을 자기글인양 번역해서 올리는 게 떳떳할 것까진 없지 않겠습니까?

B닷컴: 되도 않는 소리 하고 계시네요. 출처를 밝혔는데 어디서 억지를 부리십니까?

방문자: 님의 글이 불펌과 뭐가다른 게 뭐가 있는지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B닷컴: 전혀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요?

누가 잘못한 걸까?  스매싱매거진 운영진은 이미 ‘번역권'(translating licenses)에 관심 있으면 연락하라며 다양한 창구를 열어두고 있었다. 블로그에 번역하고 싶다고 문의했으면 친절하게 답해주었으리라.

따라서 출처 밝혔으니 떳떳하다고 생각한 B닷컴은 착각한 것이고, 물타기 억지는 방문자가 아니라 운영자가 범하며 자신의 무허가 2차 가공(번역) 행위와 최초 저작행위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있다. 타인의 저작물을 마음대로(불법)으로 퍼간 게 맞다. (참고로 해당 글은 이미 삭제됐다.)

더구나 요즘은 개인 블로거의 경우 트위터로 물어보면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대답해주는 편이라 단지 물어보기 귀찮아서 일단 옮겼다고 말하는 건 핑계다. 진지하게 운영되는 거의 모든 사이트는 콘텐츠 이용 방법에 대한 안내와 연락처를 제공하고 있다.

일부분만 인용하는데 상관없겠죠?

2007년 이후로 B닷컴은 계속 베스트 블로그로 선정됐고, 아직도 블로그 강의를 하고다니는 걸로 보아 일부 번역은 물론 전부 번역을 해서 블로그에 올려도 잡혀가는 사례는 없나 보다.

하지만 부분 번역일지라도 소재를 그대로 가져와 소개하는 것만으로 블로그를 채워넣는 것이 아름답단 말은 아니다. 그건 마치 만화에서 말풍선만 번역하여 다시 게재하는 행위와 같은 게 아닐까? 4컷 1회분이라면 모를까 전체 시리즈를 매번 재빨리 그런식으로 게재하고 있다면 아무래도 고유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혹자는 만화는 그림이 메인이고, 말풍선은 보조이므로 그림만 옮겨도 당연히 저작권 위반이며 외신 기사 번역과는 경우가 다르다고 말할 것이다. 그렇다면 톰 클랜시의 소설 복제가 아니라, 오늘내일 빠르게 유통되는 사실 전달을 위한 IT 기사들이야말로 만화와 닮았다고 말하고 싶다.

‘PS4 베스트 게임 20선’과 같은 외국 매거진 소재를 번역해서 다시 소개하는 건 보기에 따라 말풍선만 바꿨을 뿐, 게임의 선정 기준 만들고 데이터 가공하는 데 소요된 아이디어와 노력이라는 기사의 핵심을 무단으로 가져온 게 아닐까.

그래서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공표된 저작물’에 한해 ‘비평, 연구, 보도 등’의 목적으로 ‘관행에 합치하는 범위’에서 인용을 허락한다.(저작권법 28조) 사회적인 공익을 저작권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다. 무엇이 공익이고, 어떤 것이 법률상 허용하는 인용인지 토론하는 것은 뒤로 미뤄두기로 하자.

정기적으로 ‘스티브 잡스의 연설을 전문 번역하여 올린다. 개인적으로 최고의 연설이 아닌가 한다.’ 등등으로 콘텐츠를 발행하며 블로그 운영하는 태도는 곤란하다.

원 저작자는 손해만 볼까?

이쯤 되면 선의로 번역하는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이를 데가 없다.

이 문제에서 더 중요한 건 대량으로 뉴스를 유통하는 언론사다. 어설픈 스티브 잡스 팬이 연설 번역하다가 오역이 발생하는 것보다 주요 언론사가 가공하고 뿌려대는 루머와 교묘히 가공된 이미지가 더욱 해악이 크다. 매일 아이폰 소식을 번역해서 올리는 블로거보다 자기 매체의 기사를 복사해간 사람의 글을 스크랩하고 대형 로펌을 고용해서 한국표준시 시계 화면과 함께 캡처하여 고소하겠다고 내용증명 날리는 회사의 행태가 더 나쁘다.

정말 원 저작자는 손해만 볼까? 두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첫째, 번역에는 내용이 수반한다. 널리 다른 언어로 퍼지는 콘텐츠는 원 저작자의 브랜드에도 도움을 준다. 디지털 복제 시대에 과거의 저작권 개념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것은 무리다. 이 점은 미국의 소프트웨어 법정 싸움이 저작권에서 특허권을 확립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는 지적에서도 찾을 수 있다.

소프트웨어만이 아니라, 쉽게 말해 [해리포터]와 같이 종이 위에 완성된 문학 저작의 개념을 블로그나 인터넷 언론에 그대로 적용하는 게 앞으로 더욱 어려울 거다. 앞으로는 ‘내가 한 말인데 왜 니가 그대로 따라 해?’보다는, 유통과 구조와 작동방식, 코드와 플랫폼이 고유한가가 더 문제 되는 세상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음악이나 문학은 몰라도 적어도 세상의 뉴스에 관해서는 사실관계에 대한 언술을 소수가 독점하는 게 불가능해진 지 오래고 모두가 마이크를 들고 거의 말하는 속도로 떠들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알려진 기술을 조합하여 ‘빵 만드는 기계’를 만들고 그 기계가 고유한 특허권을 획득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듯, 아마 앞으로는 개별 사실관계 기술에 관한(기계 부품) 저작권을 해명하는 일은 더 사소한 일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그들은 더욱 사람들이 재잘거려주기를 바랄 거다.

둘째, 이미 주요 매체들의 기사 중 상당수가 새로 쓰는 글이 아니라 기존 글을 적절하게 소개하는 큐레이팅 속성이 강하다. 지금 주가가 오르고 돈을 많이 벌기 시작한 인터넷 회사들은 모두 콘텐츠를 창작했다기보다는 기존 컨텐츠을 조합하고, 의제를 설정하고, 효과적으로 유통시키는 것에 더욱 관심이 있는 회사들이다.

이미 트위터 리트윗같은 행위를 통해 사실은 ‘복제’와 ‘공유’를 통해 오직 생명을 연장받고 있는 그들이 엔드유저들의 번역물을 통해 느끼는 것은 침해보다는 또 다른 시장일 때가 많다. 누가 일해주고, 누가 돈 벌어먹고 있나?

따라서 보통 번역을 자원해주었을 때 해당 매체가 한국어 사업부 같은 걸 운영하는 상태가 아니라면 오히려 고마워하고 감사해 할 것이다. 유튜브에 허락 없이 내 공연 영상을 유포해서 널리 알려지거나 ‘불법이든지 합법이든지 제 콘텐츠를 더 널리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등등의 케이스와 비슷하다. 저작권자-사용자 간의 동거가 시작된 지 오래다. 대부분 자신이 출시한 상품이 자동으로 로컬라이징되는 걸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인터넷은 디지털 복제 기술을 통해 발전해왔다. 인터넷이 기반하고 있는 기술의 본질은 '복제'다. (이미지: Will Lion, CC BY NC ND)

인터넷은 디지털 복제 기술을 통해 발전해왔다. 인터넷이 기반하고 있는 기술의 본질은 ‘복제’다. (이미지: Will Lion, CC BY NC ND)

요약해서 소개하는 건 괜찮죠?

알다시피 이미 우리나라 언론사들은 외신 기사를 뻐꾸기처럼 번역한 후 어조만 살짝 바꿔서 ‘~에 의하면 …이라고 한다’식의 기사를 쓰고 있다. 이 와중에 새로운 시도로 주목할 좋은 케이스는 아마도 뉴스페퍼민트일 것이다. 슬로우뉴스 인터뷰를 통해 대략 다음과 같은 운영철학을 밝힌 바 있다.

  1. 기사 번역 행위가 저작권 위배인지 아직 명확한 기준으로 판단하기 힘들다.
  2. 외국 매체가 한국어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거나, 한국어 관련 사업을 자신의 콘텐츠로 시작해서 돈을 벌려고 하는데 이때 허락 없이 번역해서 이익을 침해해선 안 되기 때문에 주의하고 있다.
  3. 우리 매체가 수익이 발생한 경우 원글을 제공한 측과 수익 배분할 방식을 고민할 것이다.
  4. 위 2, 3이 아니라는 조건에서, 출처를 밝히고 요약 번역하거나 개인 블로거 등에게는 최대한 연락을 취한다.
  5. 번역되어 자신의 글이 한국 독자에게 소개되었다는 사실을 들으면 감사하다고 말하는 저자들이 있다.

그러니까 1) 상대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번역으로 내가 이익을 취하는지 잘 검토할 것 2) 번역 과정에서 성실히 원저자와 소통에 임하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좋은 지적이다. 공익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처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나름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제스처를 보였다고 생각한다.

공개된 인터넷망에 번역을 올리는 행위

위 뉴스페퍼민트 기사에도 소개되어있지만, 바하문트(bahamund) 블로그는 독자를 많이 확보하고 있었다는 것 외에 번역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방식에 시사하는 점이 있다.

일단 당시 운영자가 번역문이 공개되는 문제에 대해 상당히 조심스러워했다. 운영자는 1) 전문을 번역하거나 발췌 번역하는 방식으로 좋은 글과 기사를 소개하되, 2) 출처를 명확히 하고, 3) 번역한 기사 분량에 상당하는 의견을 덧붙여 전문 번역 자체가 전체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사용되도록 배치했다. 또한, 4) 때론 하루 지나면 글을 삭제하는 방식으로 허락 없이 해당 번역글이 떠돌아다니거나 검색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했고, 5) 공지사항을 통해 링크 소개마저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는 등 원저자에 대한 인식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이것도 한계가 있는 게, RSS로 구독 가능한 공간에 글을 올리면서 ‘공유하지 말아달라’고 운영지침을 밝히는 것이 과연 실효가 있겠는가? 마치 주인 없는 구멍가게에 계산대가 무방비로 비워진 것과 같다. 신뢰로 이루어진 작은 마을이면 모를까, 인터넷에 피드 독자에게 바로바로 콘텐츠를 발행하면서 운영자가 폐쇄적으로 운영할 테니 따라달라는 상황은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다만 의도는 이해한다. 애독자 입장에서는 기사 선정은 물론, 덧붙이는 글도 완성도가 너무 좋아서 두고두고 읽고 싶은 마음에 아쉬움이 컸지만, 바하문트 블로그가 왜 이런 방식을 채택했는지 생각해보면 좋겠다.

바하문트 블로그의 번역 시리즈가 내게 더 기억에 남았던 이유는 좋은 기사를 정기적으로, 많이 발행해서 그랬다기보다는, 운영자가 번역을 통해 언어의 미묘한 결을 타는 것을 스스로 삶에서 중요한 탐구이자 낙으로 여겼기 때문이었다. 바하문트 블로그가 번역한 모든 글은 자신의 문제와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였고, 진지하게 성찰한 흔적들 덕분에 인용과 번역문은 더욱 빛났다. 반면 아이폰 이야기를 왜 그리 자세히, 전체를 번역하며 돌려 읽는지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현실적으로 창작자의 지속가능한 작업을 위해선 저작권이 필요하다. (이미지: MikeBlogs, CC BY)

현실적으로 창작자의 지속가능한 작업을 위해선 저작권이 필요하다. (이미지: MikeBlogs, CC BY)

저작권 수정 적용: 허락 없이 번역한 글은 결국 내 소유?

허락 없이 올린 전문 번역 기사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블로그에 애드센스 등 별다른 수익 장치가 없다고 하더라도, 구독자 확보와 인지도가 오른다는 점에서 번역자는, 그의 노고를 별론으로, 어떤 식으로든 직간접의 이익을 취한다.

현재 내가 아는 사례들은 대개 뉴스를 번역해 페이스북 스트림이나 (공개/폐쇄)그룹에서 배포한다. 블로그보다는 인맥 기반의 장소라서 자료의 공개 범위를 조절할 수 있다. 발행하는 입장에서 저작권 문제로부터 부담이 덜하다. 시의성에 따라 완전 공개 게시물을 작성하여 널리 유포할 목적으로 뿌리기도 하지만, 평상시에는 신뢰를 기반으로 생각을 나눌 ‘친구’가 주요 독자다.

블로그에 있는 그대로 기사나 글을 번역하여 올릴 때 발생하는 또 한 가지 문제는 저작권의 수정 적용이다. 즉, 저자에게 번역에 관한 승낙을 받았다고 해도 번역 외에 원저작자가 자신의 글에 대한 2차 저작권(예를 들어 출판)을 통째로 넘겨준 것은 아니다.

뉴스페퍼민트는 블로그에 저작권을 명시하는 카피라이트(copy­right)를 표시하지 않는다(2014년 2월 현재). 하지만 일부 블로그는 무단 복제를 금하는 저작권 표시를 화면 하단에 표시하며 절대 퍼가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자기는 타인의 글을 번역해서 올리고 있으면서도 다시 그 번역 글에 관해서는 복제나 무단전재를 금지하고 있는 셈이다.

톰 클랜시의 번역본 출판을 계약으로 따낸 뒤에는 해당 번역의 무단 배포에 대한 딴지를 걸 근거가 있지만, 애초에 타인의 글을 구두로 양해를 구했거나 심지어 허락을 구하지 않고 번역해놓고 그게 온전히 자신의 것이라 주장하며 복제와 유포 금지 저작권 표시를 걸고 블로그를 운영하다니 뭔가 이상하다.

이것은 남의 기사를 인용하거나 전문 번역할 때는 원저자의 글에서 사실을 중심으로 전달할 거고, 나쁜 뜻이 없으니 쉽게 퍼가도 된다고 생각하고, 번역한 내 글에 대해선 고생한 게 생각나니 나름 고유한 창의성을 인정해달라는 이중적인 태도다. 특별한 언급이 없다면 동일조건을 요구하는 저작권 배포 관행과도 다르다. 물론 번역 작업 자체가 하나의 저작 작업임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뉴욕타임스 인터뷰 기사를 너무나 소개하고 싶어 전문 번역했다면, 현실적으로 뉴욕타임스로부터 고소당할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1) 최소한 지금 이 작업이 불법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하고, 2) 이 글의 저작권은 원저작 매체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야 하며, 3) 정식 번역이 아니므로 사실관계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감안하고 읽어줄 것을 독자에게 부탁하는 게 좋다. 아래 같은 경우는 어떤가?

카피라이트(Copy­right) →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CCL)

뉴욕 타임즈 기사를 번역한 뒤, 내 저작권에 관해서는 가령 CCL(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이하 ‘CCL’)를 설정하는 경우다. 1) 원래 출처를 밝히고, 2) 원문에는 엄격한 저작권이 적용되어 있다는 사실을 고지하고, 3) 번역 작업의 출처를 삭제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며 재배포에 관대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다. 당연히 번역자에게는 이런 권리는 없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CCL) → 카피라이트(Copyright)

흔히 착각하는 일이 많은데, CCL이 붙은 콘텐츠는 저작권을 포기한 콘텐츠가 전혀 아니다. 다만 일정한 사용조건에 따라 콘텐츠의 이용을 허용하고 있을 따름이다. 원 저작자는 자유롭게 번역하거나, 복사해서 다른 곳에 올려도 좋다고 허락했는데 그 글을 번역한 번역자가 그 콘텐츠의 소유권을 강하게 주장하는 사례다.

원저작물이 동일조건변경(SA)인 경우에는 번역물의 소유권을 배타적으로 주장할 수 없고, NC(영리금지)인 경우에도 그 취지상 번역물의 소유권만을 주장하는 건 어폐가 있다. ND(변경금지)인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테다. 다만, 출처(BY)만 표기하면 어떤 식으로도 이용이 가능한 경우에도, 원저작물을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도록 설정한 원저작자의 취지에는 반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개인 블로거 가운데 번역을 자유롭게 허락하는 곳에서 가져온 기사이거나, 아니면 개인적으로 연락을 취해서 양해/허락을 받아 게재한 기사들이 있는데, 그 뒤에 번역 기사의 저작권을 강하게 주장하는 것은 애초 해당 기사나 글의 아이디어를 세상에 내놓은 원저작자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이다.

CCL의 6가지 적용 (출처: 2proo Life Story)

CCL의 6가지 적용 (출처: 2proo Life Story)

좋은 번역 관행: 욕심과 소박한 구독 사이

네이버 블로그를 보면 타 사이트 자료를 퍼와서 블로그를 구성해놓고, 컴퓨터 전문가를 자청하는 이들이 있다. 예를 들어 동아일보의 IT 섹션 모든 기사를 매일매일 열심히도 퍼 날라서 출처를 작은 글씨로 표기하여 자신의 자료인 것처럼 블로그에 시간차 게시한 사례도 있다. 나는 이에 대해 동아일보 측 의견을 물었었는데 동아일보는 애초에 재배포를 허용했으므로 상관없다는 것이었다.

즉, 오리지날 사이트가 공유를 허락하므로 퍼가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필요에 따라 공유하는 게 아니라 어떤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매번 퍼가는 걸 어떻게 봐야 하나? 지식을 백과사전식으로 집대성하여 클론 사이트를 구성한 저 경우를 보고 우리가 좋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게다가 내가 방문했던 그 사이트는 카테고리 한편에 조립 피시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되면 문제가 생긴다.

번역 작업은 독자가 겹치지 않으므로 문제의 소지가 적다. 그러나 번역하여 소개하는 일 자체가 공익을 위하는 것이라고 해도, 그러한 번역 작업을 꾸준하고 성실하게 수행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개인 블로그나 공동운영 사이트의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게 되는 과정은 앞으로도 이런 개인 블로거나 사이트가 영리를 대놓고 표방하지 않더라도 과연 그런 작업이 정당한가에 있어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를 던진다. 요즘 가장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것은 바로 인지도와 방문자이기 때문이다.

뉴스페퍼민트는 이 문제에 대해 향후 수익이 생기게 되면 원저자/오리지날 매체와 수익을 배분하는 것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한다. 개인 블로거 역시 고민해야 한다.

한 블로그가 어떤 해외 매체의 콘텐츠를 자주 번역하고, 해당 매체로부터 명시적인 번역 허락을 받은 적이 없다면 최소한 번역 행위를 통해 해당 매체에 어떤 구체적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예를 들어 뉴스페퍼민트나 라이프해커는 기사 말미에 출처를 매체명이나 기사명 등으로 표기하고 링크를 걸어줘 원문으로 트래픽을 보내준다.

끝으로

사실 바라기에는, 앞으로 좋은 번역 글이 더욱 많이 유통되고 특별히 경제적 이익을 표면상으로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는 더욱 관대한 분위기가 되면 좋겠고, 또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뉴욕타임스 기사를 전체 번역해서 블로그에 연재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아직은 번역자 손을 들어주고 싶다.

그러나 번역자가 이를 이용해서 유무형의 이익이 생길 경우 곤란해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하는 것은 물론, 쉬운 연락수단이 있는데도 번역 의사를 문의하지 않는 경우, 원래 글의 저작권 범위를 넘어서는 저작권을 어떤 계약사항 없이 자의적으로 주장하는 일은 사라져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외신 기사에서 보고 자신이 처음 아이디어를 낸 것처럼 한국어로 수정하고, 요약하여 소개한 뒤에 어디서 봤다는 언급 자체를 삭제하고 자기 기사의 저작권을 강하게 주장하는 일은 용납하기 어렵다.

내가 구독하던 블로그 중에 이런 행태를 반복하던 블로그가 있다. 해당 블로그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바로잡지 않다가, 결국 협찬 리뷰까지 쓰는 걸 보며 바로 구독 해지했다. 해외 사이트 기사를 보고 캡처만 바꿔, ‘내가 해봤는데 이거 이렇게 하면 된다는 식’ 기사는 전혀 동감하기 어렵다. 보통 그런 블로그들은 여기저기에 자기가 얼마나 유명한지를 자랑하느라 바쁘다.

반면 그런 사이트들보다야 원문에 충실하게 보수도 받지 않고 밤새 번역하고, 그저 생각을 나누는 게 좋아서 글을 붙잡고 앉아있는 이들은 멋지다.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인 seoulrain.net 에도 발행됐습니다. 표제와 본문은 슬로우뉴스 편집원칙에 따라 일부 수정, 보충하였습니다.  관련 글인 ‘외신 기사 번역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에 대해’(윤지만)도 일독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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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서울비
초대필자, 영어교사

잡학무식취미블로거. 밥벌이는 영어 선생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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