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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2일 납세자연맹은 “월세 소득공제 무작정 받았다가 큰 코 다쳐, 주의해야”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세입자가 소득공제 혜택을 받으려고 신청했다가 (월세를 받는 사실을 숨기는) 집주인의 탈세 사실이 드러날 경우 뜻하지 않게 월세가 인상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라는 것이다.

탈세를 대놓고 조장하는 납세자연맹
(사진: tolworthy, CC BY)

집주인 소득 노출이 “피해”라고 말하는 납세자연맹

그런데 보도자료를 자세히 보면 납세자연맹이 과연 성실 납세자를 위한 단체인지 탈세자를 위한 단체인지 헷갈린다.

■세입자인 근로소득자가 월세 소득공제를 받으면 집주인의 소득이 노출되는 등 피해가 만만찮다. 집주인의 과세표준에 따라 받은 월세액의 적게는 9%, 많게는 23%까지 소득세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 집주인이 무소득자로서 배우자 등의 부양가족공제를 받던 사람이라면 피해는 확산된다. 배우자나 자녀의 연말정산 때 집주인(등기부등본상 실소유주)을 부양가족공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하므로, 가족의 세부담도 증가하는 것이다. 여기에 집주인의 피부양자 자격 박탈로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보험료 신규 부담 등 불이익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막대한 재산상의 피해를 세입자에게 월세인상으로 보전할 수 밖에 없다. 세입자(근로소득자)는 월세소득공제로 환급 받을 세금보다 훨씬 많은 돈을 월세인상분으로 낼 수도 있다. 환급액은 월세공제액의 2.97%~16.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집주인이 월세소득이 있는데도 없는 것처럼 속이고 임대소득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포탈하는 것은 물론, 자녀들은 소득이 있는 부모를 부양자로 등록해 부당 소득공제를 받도록 하는 행위, 자녀에게 피부양자로 등록해 건보료도 내지 않으면서 병원 다닐 때는 건보 지원을 받아 건보 재정을 부실하게 하는 행위가 세입자의 월세 소득공제를 통해 드러난다고 해서 이를 “피해”라고 부를 수 있는가?

물론 이렇게 되면 임대자가 세입자에게 ‘월세 폭탄’을 안길 수도 있으니 세입자 입장에서 월세 소득공제를 신청해도 될지 안 될지 고민이 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이런 사실은 굳이 납세자연맹에서 알려주지 않아도 세입자들이 다 알고 있다. 또한 “집주인 입장에서는 막대한 재산상의 피해를 세입자에게 월세 인상으로 보전할 수밖에 없다”며 탈세자 편에서 마땅히 내야 할 세금의 월세 전가 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은 납세자연맹의 설립 취지가 무엇인지 의심케 한다.

세입자 궁박한 처지 이용해 탈세하는 집주인들 

최근 수년간 저금리가 계속되면서 집주인들이 너도나도 전세를 수익성 높은 반전세나 월세로 돌리고 있다. 이에 따라 월세는 남아돌지만, 전세 세입자들은 전세 물건이 희귀해져 엄청난 수준의 보증금 인상에 시달리고 깡통전세 위험에 노출될 정도다. 이렇게 월세 전환율이 높은 것은 월세의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집주인들이 불법 임대사업자로 전환하기가 너무나 쉽기 때문이기도 하다. 월세 계약을 해도 국세청에 임대사업자 신고를 안 하면 집주인은 임대소득을 감출 수 있다.

이런 집주인들은 세입자들이 월세 인상을 두려워해 월세를 낸다는 사실을 신고하지 않으리라고 믿고 대놓고 탈세를 한다. 만약 (매매계약 시 중개업소의 의무신고처럼) 월세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즉시 국세청에 신고되어 자동으로 소득이 노출되고 세금을 내야 하고 건보료와 국민연금 납부를 해야 한다면 집주인도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한 번쯤 더 생각하게 될 것이다.

탈세 조장하는 납세자연맹

정부가 월세 소득공제를 도입한 취지도 이러한 조세포탈행위를 적발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월세 소득공제가 갈수록 확산하면서 집주인에게 내용증명을 보내거나 법조문까지 보내는 세입자까지 나타나고 있고, 임대사업자로 전환하는 집주인들도 점차 늘고 있다. (관련 기사: 이데일리 – 차명계좌로 월세 받으면 10년 치 추징될 수도) 집주인이 월세 소득공제를 거부하다 적발되면 연 10.95%의 가산세를 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납세자연맹이 집주인의 피해를 고려해서 세입자에게 소득공제를 신청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것은 국세청의 적발을 어렵게 하고 탈세에 조력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과거 납세자연맹은 연예인 강호동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 추징금이 부과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광기 어린 마녀사냥”이라며 강호동을 적극적으로 옹호했고, 누가 유출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국세청과 ‘성명 불상의 세무공무원’을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며 검찰에 고발하기까지 했다. 정작 강호동 본인은 추징금을 성실히 납부하고 자숙의 기간을 가진 후 다시금 복귀하는데 성공했는데, 납세자연맹은 ‘증거 불충분’으로 고발이 기각되자 “재수사를 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던 적이 있다.

‘탈세 아닌 절세’ 본연 임무 충실해야

물론 개인사업자의 소득이나 경비 산정에 대해서는 국세청과 사업자 간 의견 충돌이 발생할 수 있고 이 때문에 소송으로 가서 추징금이 깎이는 경우도 자주 있는 일이다. 또한, 경비 처리 문제의 경우 무조건 고의적 탈세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당시 강호동에 대해 쏟아졌던 네티즌들의 비난이 지나쳤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 당사자가 반발하고 소송으로 해결하면 되는 일인데, 납세자연맹이 마치 대변인이라도 된 듯 나선 것은 석연치 않은 면이 있었다.

지난해 납세자연맹은 국민연금 폐지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면서, “연맹이 민간연금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로부터 후원과 광고를 받아 연간 4억 원의 수입을 올렸다”는 내용을 보도한 미디어오늘 김병철 기자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고발한 적도 있다. 당시 검찰은 이에 대해 무혐의 처리하기도 했다. 납세자연맹이 성실납세자들의 ‘절세’를 도와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길 바란다.

납세자연맹에서도 탈세를 조장하는 현실에서 세금이 존중받는 날은 언제 올까
(사진: ilikeseoul, 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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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댓글

  1. 연말정산의 의미를 돈을 얼마나 더 많이 받을 수 있을까에 초점을 두었군요. 납세자연맹에서…
    정확한 세금 납부가 본래의 목적인데 이게 변질되어서 안타깝습니다.

  2. 조금이라도 사업해서 세금내시는 분이라면 납세자연맹의 말이 얼마나 의미가 좋은 건지 이해하실 겁니다. 탈세요? ㅎㅎㅎㅎ 국세청이 세무조사해서 부과한 금액에 미달하면 무조건 탈세죠.. 그럼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법에 따라 엄정히 부과할까요? ㅎㅎㅎㅎㅎㅎ 그냥 때리고 봅니다. 일단 때리고 소명자료 내라고 합니다. 소명자료 못내면 그게 탈세예요. 님도 블로그 운영하면서 얻는 광고수익 제대고 사업신고 하시는지요?

  3. 혹시 위의 두 분 납세자연맹 쪽에서 오신 건가요? 어떻게 저걸 보고 좋다고 말할 수 있죠?

    그리고 저런 충고를 대놓고 한다면 납세자연맹이 아니라 절세자연맹, 탈세자연맹 이런 식으로 이름을 바꿔야 하는 거 아닌가요?

  4. 이게 뭔 개똥바가지 긁는 소리야!!! 그거는 그거고 납세자 연맹은 납세자 연맹이고! 그럼 탈세하는게 자랑이냐?? 세무조사 안 받게 잘하면 되지!! 세무조사는 아무나 받냐?

  5. 월세 소득공제 안하기로 하고 나중에 몰래 하는건 문제 아닌가? 안한다고 해서 부가세 빼줬는데 나중에 몰래 소득공제받는다면 위에 얘기하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음 그러니 미리 서로 합의한대로 하는게 좋겠지요

  6. 근본적으로 그런 절세 아닌 탈세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은?
    애초에 임대사업자 등록하고 임대소득에 과세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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