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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moix (CC BY-SA)

‘세계가 다시 서울을 주목한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핵안보정상회의 당시 서울에서는 자동차 2부제가 실시됐다. 서울시는 이 행사가 열린 지난달 26~27일 2부제 참여율이 60%를 넘어섰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26일에는 61%, 27일에는 62%가 2부제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핵안보정상회의 2부제 참여율이 2010년 G20 행사 때의 64%에는 못 미치는 결과라고 평가하고, 그 이유로 핵안보정상회의에 대한 시민 인지도(67.2%)가 G20 인지도(96.4%)보다 낮았다는 점을 들었다. 또 경기도 차량이 유입되는 경계지역에서 조사한 2부제 참여율이 52.3%로 저조해 언주로 등이 교통정체를 겪었다며 슬그머니 책임을 경기도로 떠넘기는 듯한 모양새도 취했다. 국토해양부도 보도자료를 통해 “26일 승용차 2부제 참여율이 61%로 저조하다”고 밝혔다.

그런데 서울시 보도자료를 자세히 보면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10명 중 6명이 2부제에 참여했는데, 이상하게도 출근시간대 교통량은 평소보다 6% 줄어들었드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평상시 출근시간대 교통량은 37만대인데 회의 기간 교통량은 35만대였으며, 오전 9시 기준 시 전역 도로 통행속도 역시 시속 29.5킬로미터로 고작 1.2% 상승했다. 26일 지하철 1~9호선 이용객 수 역시 544만 1075명으로 한 주 전인 19일보다 10만 2146명밖에 늘지 않았다. 백분율로 따지면 2% 증가다.

하지만 언론들은 서울시와 국토해양부의 보도자료를 충실히 옮겨 기사를 쓰기에 바빴다. 연합뉴스동아일보를 비롯한 뉴스통신·신문사와 KBSSBS, YTN 등 방송사들은 2부제 참여율이 60%였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일부는 G20 정상회의 때보다 참여율이 다소(약 3~4%포인트) 낮아 교통체증이 심했다고 언급했다. 조선일보중앙일보의 인터넷판과 다른 인터넷 언론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다수는 참여율이 60%라고 했지만, 일부 매체는 이를 뒤집어 불참률이 40%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10대 중 4대가 참여하지 않아 교통체증을 빚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따로 단속을 벌이지는 않았던 핵안보정상회의 당시 2부제 참여율은 어떻게 조사한 것일까. 서울신문 기사 ‘車2부제 61% 참여? 서울시 이상한 셈법’에 따르면 2부제 참여율을 산출한 방법은 이렇다.

강남권 30곳에서 출근 시간대인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지나간 차량을 직접 셌다. 26일의 경우, 차량 6,262대 가운데 짝수번호 차량이 3,867대가, 27일에는 3,023대 중 홀수번호 차량이 1,861대가 ‘2부제를 지킨 차량’이라는 것이다. 참여율은 각각 61.8%와 61.6%다.

출처: 서울신문, 車2부제 61% 참여? 서울시 이상한 셈법, 2012년 3월 28일

서울신문 기사의 제목처럼 ‘이상한 셈법’이라고 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런 식으로 계산하면 평상시에도 ‘2부제 참여율’은 약 50% 안팎이 될 가능성이 높다. 평소 운행 차량 가운데 홀수번호 차량과 짝수번호 차량이 각각 얼마인지 알 수 없지만 대략 각기 절반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신문 기사도 ‘참여율 61%’가 아니라 ‘불참률 39%’라고 했어야 한다는, 다소 이해할 수 없는 결론을 내는 데 그치고 있다. 이는 초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른 것일 뿐 실제 셈법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잠깐 직관을 한번 사용해보자. 2부제 참여율이 0%라면 어떤 도로의 장면이 연상되는가? 또 2부제 참여율이 100%라면 어떤 장면이 떠오르는가? 2부제 참여율이 0%라면 도로에 홀수번호 차량과 짝수번호 차량의 수가 거의 같을 것이다. 또 2부제 참여율이 100%라면 도로에는 홀수번호 차량이나 짝수번호 차량 어느 한쪽만 보일 것이다. 그렇다면 2부제 참여율을 따질 때는 ‘운행하지 말아야 할 차량’만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신문 기사에서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실제 핵안보정상회의 기간 2부제 잠정 참여율을 계산해보자. 첫날인 26일 강남권 30곳에서 7~10시 지나간 차량은 6,262대이고 이 중 짝수번호 차량은 3867대였다. 따라서 홀수번호 차량은 2,395대다. 평소 이 지역을 지나는 홀수번호 차량과 짝수번호 차량이 같다고 가정한다면, 1472대의 홀수번호 차량 운전자가 차를 두고 나옴으로써 2부제에 참여한 셈이다. 즉, 참여율은 약 38.1%에 불과하다. 둘째 날인 27일에는 3023대 중 1,861대가 홀수번호 차량이었다. 짝수번호 차량은 1,162대이고, 같은 가정·같은 산법으로 계산하면 참여율은 약 37.6%다.

서울신문은 서울시가 참여율 60%를 강조한 이유가 시민들에게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또 “(2부제 참여율) 계산법은 따로 없고 10년 전부터 관행적으로 이런 방식으로 집계해왔다”는 서울시 관계자의 발언도 싣고 있다.

기관이 주는 보도자료에 의존해 빠르게 기사를 만드는 경우가 많은 언론 환경에서 기관 홍보성 기사가 많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서울시 관계자가 밝혔듯 “10년 전부터 관행적으로” 집계해온 2부제 참여율 계산법이라면, 좀 더 천천히 곱씹어본 기사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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