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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뉴스가 ‘잊혀질 소리’를 찾아 나섭니다.  장성택 처형 이후 김정은의 일거수일투족이 언론 초미의 관심삽니다. 하다하다 못해 이제는 ‘눈썹’이 등장했네요. MBC 뉴스에서 이런 소리를 했군요. (물론 MBC 외에도 적지 않은 매체에서 ‘눈썹’을 ‘분석’하긴 했지만요.)

기획/디자인: 써머즈
기획/디자인: 써머즈

출처를 찾아서

◀ANC▶
그런데 어제 김정은의 모습에 이상한 점이 보였습니다.
짧아지고, 색깔도 짙어진 눈썹인데요.
유일지배체제를 공고히 하는 이미지 정치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김준석 기자입니다.

◀VCR▶
김정일 사망 2주기 추도대회장, 김정은이 어디가 불편하기라도 한 듯이 시종 딱딱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유독 짙은 색깔에, 반쯤 민듯한 눈썹이 눈길을 끕니다.
지난 3월 황해도 섬을 시찰할 때와 비교하면 눈썹은 자연스럽지 못하고 반쯤은 잘려나간 형태입니다.
정면을 쏘아볼 때는 섬뜩한 느낌마저 들게 합니다.
보여주기, 이미지 관리에 신경 쓰는 김정은이 2인자 장성택 처형 이후 대내외에 공개되는 첫 대규모 행사를 맞아 강한 모습을 보이려고 일부러 깎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MBC뉴스, [김정은, 눈썹 왜 밀었나…이미지 정치?], 2013년 12월 18일

출처: MBC뉴스
출처: MBC

여러분의 목소리를 찾아서

MBC 리포트를 한 번 흉내 내 볼까요?

히틀러의 모습에 이상한 점이 보였습니다. 짧아지고, 색깔도 짙어진 콧수염인데요. 나치 유일지배체제를 공고히 하는 이미지 정치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아돌프 히틀러 (1937년 모습) (출처: 위키커먼스)
아돌프 히틀러 (1937년 모습) (출처: 위키커먼스)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에 이상한 점이 보였습니다. 육영수 여사를 의도적으로 따라 한 머리 스타일인데요. 박정희 시대에 향수를 느끼는 지지층을 겨냥한 이미지 정치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고 육영수 여사와 박근혜 대통령
(출처: 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 청와대)

자, 어떻습니까?
어떤 리포트가 가장 설득력 있나요?
혹은 어떤 리포트가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정치와 이미지의 관계가 점점 더 중요해집니다. 정치인을 다루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구두 하나, 넥타이 색깔 하나에도 신경을 쓰는 정치인과 참모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의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빌려오고 있다는 평가는 넉넉히 인정되는 정치 상식이기도 합니다.

정치적 표현으로서 정치인의 이미지화를 무조건 비판할 일은 아닙니다. 이런 정치적 전략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철학과 내용은 없는 이미지 정치의 위험성을 많은 이들이 걱정하고, 또 비판합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올해 8월 16일 김대중 대통령 서거 4주년 추모식에서 대놓고 “박근혜 대통령은 품성 좋은 육영수 여사의 품성을 닮아야지 헤어스타일만 닮으면 안 된다”고 일갈하기도 했죠.

하지만 김정은 눈썹이라…. 과연 이걸 ‘북한학과 교수’씩이나 나와서 ‘분석’씩이나 해야 하는 건지, 그리고 눈썹으로 유일지도체제를 공고히 할 수 있는 건지, 무엇보다 지상파라는 공공재를 사용하는 MBC에서 이런 꼭지로 전파를 사용해야만 했었는지는 생각해볼 거리입니다.

어떻습니까?
김정은 눈썹은 북한학과 교수가 ‘분석’할만 ‘뉴스’입니까?
슬로우뉴스 독자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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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1. 북한이 얼마나 폐쇄적인 사회인데 기자가 직접 가서 김정은한테 “님 앞으로 국가 어떻게 운영할거임?”이라고 물어보기라도 해야하나요?
    저런 정보라고 해도 뉴스거리가 될 수도 있는겁니다. 특히 그동안 헤어스타일이나 모습이 별로 달라지지 않았던 김정은이라면 별로 이상할것도 없습니다.
    그쪽은 MBC가 위대하신 최고존엄 김정은 수령님 까서 억울하신가본데 일반인들은 이 뉴스 그냥 그렇구나 정도로만 받아들이지 이렇게 심각하기 생각하지는 않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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