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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 법원 결정문(판결문)은 잘 소개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렵습니다. 하지만 중요합니다. 교양 있는 보통 사람에게도 ‘암호문’에 가까운 판결문을 쉽게 읽을 수는 없을까요?

슬로우뉴스는 우리 사회를 뒤흔든 주요 사건에 관한 판결문을 골라 가급적 쉬운 문장으로 바꾸고, 정리해서 소개하려고 합니다.

그래도 어렵다고요? 현명한 독자께서 어떤 문장, 어떤 표현이 어려운지 적극적으로 ‘지적질’해주시길 부탁합니다. (편집자) [/box]

어제까지 3일째. 검찰은 대선개입 의혹이 있다며 전교조 서버와 인트라넷 압수수색에 한창입니다. 전교조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이 계속되네요.

우선 간단히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사건의 개요를 살펴보죠. 요약하면, 해직 교사 9명을 조합원으로 지키겠다는 전교조와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고용노동부의 갈등이라고 정리할 수 있는데요. 고용노동부는 이들 9명을 조합원으로 인정한다면, 전교조 전체를 합법 노조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몇 번에 걸친 협상은 결렬되었고, 2013년 10월 24일, 고용노동부는 결국 전교조에 “법외 노조” 통보를 하죠.

하지만 문제는 간단하지 않습니다. 고용노동부 조치가 적법하더라도 그 조치의 효력으로서 곧바로 전교조가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노조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에 관해선 따로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그래서 전교조는 일단은 고용노동부의 ‘통보’ 행위 효력 자체를 정지시켜 달라고 법원에 신청합니다. 일종의 ‘시간 벌기’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 같네요. 오늘 함께 읽어볼 사건 판결문이 고용노동부가 전교조에 행한 ‘법외노조 통보’, 그 효력을 정지시켜 달라는 전교조 신청에 관한 법원 결정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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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말해서 고용노동부가 전교조에 ‘너 이제 법적으로 보호받는 노조 아님’이라고 통보했다고 하더라도, 그 통보로 인해 전교조가 그 즉시 합법 노조의 지위를 상실하는 것은 아니고,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되는지 여부에 관한 ‘본 게임’ 판결 1심 선고(본안 청구) 끝나기 전까지는 전교조는 합법노조 지위를 유지한다는 결정이죠. 즉, 신청인인 전교조 손을 들어준 판결입니다.

결정문의 골격을 유지하되, 최대한 쉬운 문장으로 고쳐서 정리했습니다. 판결은 지난 2013년 11월에 있었습니다. 전교조 측은 신청인이고, 고용노동부 쪽은 피신청인입니다.

판결문 읽기

주문 (결정)

전교조는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 효력 취소 소송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법적 지위를 유지한다. 즉, 고용노동부가 2013년 10월 24일 “이제부터 전교조는 노조 아님(법외노조)”이라고 통보했지만, 통보 효력 취소 소송 1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 통보의 효력은 ‘일시 정지’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전교조는 최소한 통보 효력 취소 소송 1심 전까지는 법으로 인정받는 노조이며 통보 효력 취소 소송 1심 결과에 따라 앞으로도 법으로 인정받는 노조가 될 수도 있고 법외노조가 될수도 있다.

판단 (위와 같이 결정한 이유)

1.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발생의 우려와 긴급한 필요성

전교조는 고용노동부의 처분 효력이 계속 유지되면 실질적으로 교원노조법 등에 따른 노동조합 활동이 상당히 제한될 수밖에 없는 손해를 입는다. 이러한 손해는 그 범위를 확정하기 쉽지 않지만, 행정소송법상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에 해당한다.

즉, 고용부 통보 자체의 효력 취소에 관한 1심 재판도 하기 전에 전교조를 법외 노조로 규정하면, 취소 소송 결과가 ‘전교조는 여전히 법적으로 노조 자격 인정’으로 나온다고 해도 전교조는 회복이 불가능한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전교조가 이와 같은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고용노동부의 ‘너 노조 아님’ 통보의 효력을 정지하는 것 외에는 다른 적당한 방법이 없다. 따라서 고용노동부의 집행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도 인정된다.

즉, 고용노동부의 ‘전교조, 너 노조 아님’ 통보가 효력을 지니면 다음과 같은 효과가 생긴다. 이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이고, 이를 막을 긴급한 필요성이 인정된다.

전교조는:

  • 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의 조정 및 부당노동행위의 구제를 신청할 수 없게 된다.
  • 노동조합의 명칭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 조합 전임자가 노동조합의 업무에만 종사하기 어려워진다.
  • 단체교섭과 단체협약 체결 권한을 실질적으로 인정받지 못할 우려가 있다.
  • 노동조합 금지규정이 적용되어 실질적인 노동조합 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
  • 전교조 조합원의 교육, 연수사업, 교육과 관련된 각종 위원회 참여 등의 활동이 제한될 수 있다.

2.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

고용노동부는 전교조에 ‘너 노조 아님’이라고 보낸 통보의 효력을 법원이 정지시키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제출한 자료를 보면 그렇게 보기 어렵다. 그리고 그런 주장을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

오히려 정반대로 고용노동부의 ‘너 노조 아님’ 통보의 효력을 정지하지 않으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그렇게 판단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전교조는 설립신고(1999년) 이후 14년 동안 교원노조법에 따른 노동조합으로 활동했다.
  • 전교조 조합원은 약 6만여 명에 이른다.
  • 고용노동부의 ‘노조 아님’ 통보 효력을 즉시 인정하면 여러 학교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확산되어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학생의 교육환경에도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

즉, 조합원이 6만여 명에 이르는 14년된 노조를 시시비비를 제대로 가리지도 않고 하루 아침에 법외노조라고 통보했다고 하더라도 전교조는 이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그 주장이 타당하므로 그 통보의 효력을 즉시 인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3. 전교조 법외노조화 결정 취소 청구의 승소 가능성이 전혀 없는지 여부

고용노동부는 전교조의 ‘너 노조 아님’ 통보를 취소하라는 재판(앞서 말한 ‘본 게임’)에서 전교조 측이 질 것이 명백하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그 판결 결과에 딸려 있는 이번 청구(앞서 말했듯 이 번 재판은 ‘시간 벌기’)도 불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런지 살펴보자.

1) 전교조는 고용부의 ‘너 노조 아님’ 통보의 근거가 되는 시행령, 즉 무자격자(해직 교사 9인)을 조합원으로 포함할 수 없다는 자격 규정은 시행력이 근거 하는 모법(엄마법)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서 무효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관련 법률상 교원이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한 전교조에 대해 ‘너는 즉시 노조 아님’으로 볼 수 있는 효과가 발생하고, 관련한 시행령은 법외노조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절차와 방법을 규정한 것(집행명령)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판단컨대, 일반적으로 집행명령은 상위 법령을 시행하는 데 필요한 자질구레한 사항들을 구체화하고, 그 절차를 집행하기 위해 행정관청이 직접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문제된 시행령은 이러한 행정명령인지가 명확하지 않다.

2) 전교조는 노조법 취지에 비춰 전교조가 교원이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자주성을 갖추고 있는 이상” 법외노조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관련 법률 해석상 전교조를 법에서 보호하는 노조로 볼 수 없고, 교원의 노동조합에 관해서는 특별법인 교원노조법이 노조법에 우선하여 적용되기 때문에 전교조의 해석은 이 사건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ㄱ. 고용노동부는 전교조에 대해 지난 2010년 3월 해직교사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전교조 규약(부칙 제5조)을 개정하라고 명령한 바 있고, 같은 해 6월 전교조는 고용노동부 명령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결과적으로 대법원은 고용노동부의 명령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고용노동부의 2010년 3월 시정명령이 적법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 사건의 시정명령, 즉 무자격 노조원(9명의 해직 교사)을 전교조에서 내쫓으라는 고용노동부의 시정 명령 역시 적법하다는 점에는 의문이 없다.

ㄴ. 그러나 9명의 해직교사를 노조에서 내쫓으라는 고용노동부의 명령을 전교조가 이행하지 않는다고 해서 전교조에 곧바로  ‘노조 아님'(법외노조) 효과가 발생하는지는 위 2010년 3월 판결을 통해 확정되었다고 단언할 수 없다.

ㄷ. 또한, 고용노동부의 주장대로 전교조를 곧바로 ‘너 노조 아님’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노조법의 입법 목적, 취지 및 내용에 비춰 실질적으로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해할 경우에만 ‘노조 아님’으로 볼 것인지 여부도 명확하지 않다.

ㄹ. 나아가 교원 노조의 특수성과 교원노조법의 입법 목적, 연혁 등을 고려하면 일반적인 노동조합과 교원노조를 달리 취급해야 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즉, 일반적인 노조법이 적용된 판례에 의하면 전교조는 합법노조 자격을 계속 유지한다.)

따라서 이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본안 청구, 즉 법외노조 통보 효력을 취소하라는 전교조의 청구(앞서 말한 ‘본 게임’)가 명백하게 ‘이유 없음’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결론

따라서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 처분의 효력을 취소하라는 소송(계속 말하지만 ‘본 게임’)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전교조의 법적 지위를 유지하라는 전교조의 신청은 위에서 인정한 범위 안에서 그 주장(계속 말하지만 이번 판결은 ‘시간 벌기’용)이 타당하므로 이를 받아들인다.

전교조 법외 노조 통보 사건의 개략적인 상황은 이러하다. (제작: 써머즈)
전교조 법외 노조 통보 사건의 개략적인 상황은 이러하다. (제작: 써머즈)

극단적 요약

이번 결정은 고용부의 ‘너 노조 아님’ 통보 효력의 취소를 다툰 게 아니라 그 효력을 (일시) ‘정지해달라는 신청이다.

1. 예비 게임: 이번 법원 결정은 효력을 일시 ‘정지’시킨 결정이다. 전교조는 합법 노조 지위를 유지하면서 시간 벌기에 성공했다.
2. 본 게임: 고용부 통보 자체를 아예 취소해달라는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소송은 따로 재판 중이고, 이게 본 게임이다.
3. 따라서 ‘취소 소송’ 결과에 따라 전교조는 합법 노조 자격을 계속 유지하거나 법외 노조가 된다.

참고로, 본 게임의 쟁점은 노조에 무자격자(해직교사)가 끼어 있다 하더라도 이를 근거로 전체 노동조합(전교조)를 ‘너 노조 아님’으로 확정할 수 있는지 여부다. 한편 야권에서는 현행 교원노조법상으로는 조합원 자격이 없는 무자격자(해직교사)도 교직에 몸담았던 적 있다면 조합원 자격을 인정할 수 있게 개정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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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번호: 서울행정법원 2013. 11. 13. 자 2013아3353 결정【집행정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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