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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슬로우뉴스가 가로수길서점과 제휴하여 좋은 책과 함께 매주 독자를 찾아갑니다. 가로수길서점은 “가로수길에서의 책 한 권”를 더불어 나누고자 2012년 7월에 문을 연 온라인 공간입니다. (편집자) [/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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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당신도 공범 아닙니까?”

반인륜적 범죄, 살인 등 우리는 많은 사건과 사고 속에 살고 있지만 정작 본인이나 가족에게 일어난 일이 아니란 이유로 잠시 분노하고 묻어버리곤 하지 않나요? 둥글둥글하게, 나 하나 불편한 것만 참으면, 좋은 게 좋은 거잖아. 라면서 모나지 않은 성격으로 사는 것이 정답인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 그 속에서 사회를 위해 개인의 희생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진 않나요?

친구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밤길을 걷다가 끔찍한 일을 당하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된다면 살려달라고 외치지 말고 불이 났다고 외쳐야 한다고요. 그래야 누구라도 창 밖을 바라보고 도움을 줄지도 모른다고 말이죠.

우리는 자꾸만 비겁해지는 자신을 향해서만 죄책감을 갖고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신고하면 보호해주고 안심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신고를 했으니 끝까지 책임지라며 범인 앞으로 등 떠미는 현실은 바뀔 수 없다고 판단해버리고 말이죠.

비겁해지기 싫어서, 귀찮아지기 싫어서, 혹은 보호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주변에서 일어나는 많은 범죄들을 외면하고 지낼 수 밖에 없어진 우리. 그런 사회와 우리를 향해 일침을 가하는 표창원, 지승호 두 남자의 인터뷰집. “공범들의 도시” 우선 저자 소개부터 시작합니다.

표창원은 국내 최초의 프로파일러다. 연쇄살인, 엽기 범죄 등 각종 범죄자들의 심리를 날카롭게 분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현직 경찰관으로 활동했고 미국 샘휴스턴대학교 초빙교수 및 아시아경찰학회장을 역임했으며 범죄심리학 강사 등 우리 사회의 어두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동해왔다. 사회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해 발생하는 비극적인 범죄의 잠재적 피해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 “한국의 연쇄살인”, “숨겨진 심리학”, “한국의 CSI”, “표창원, 보수의 품격”, “나는 셜록 홈스처럼 살고 싶다”, “프로파일러 표창원의 사건 추적> 등이 있다.

공동 저자 지승호는 국내 유일의 전문 인터뷰어다. 그는 만나는 사람의 마음까지 투영시켜 보여주는 타인의 거울이다. 그래서 아직은 외롭고 슬프지만 세상에 당당히 맞서고자 한다. 13년차 전업 인터뷰어로 서른 권이 넘는 인터뷰집을 냈다. 주요 인터뷰집으로 “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 “대한민국 진화론”, “이상호의 GO발뉴스”, “닥치고 정치”, “김수행, 자본론으로 한국경제를 말하다”, “괜찮다, 다 괜찮다”, “장하준, 한국경제 길을 말하다”, “신해철의 쾌변독설”, “우석훈, 이제 무엇으로 희망을 말할 것인가”, “유시민을 만나다” 등이 있다.

이 책을 볼까 말까. 좀 더 자세히 이 책을 살펴볼까요? ‘오늘의 책 미리 읽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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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ge. 29 시청률이 죽이는 시사 프로그램

표 : 그렇죠. 방송의 공영성, 공공성이죠. 그 시간대에는 대개 차분한 토론, 분석, 이런 것들이 주어지고, 국민들도 방송을 통해서 교육 효과가 나는 겁니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재미는 없지만, 그런 것들을 들여다보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대해서 몰랐던 것을 알게 되고, 조금 더 생각해보게 되고, 주권자로서, 표현의 자유 주체로서 자기의 의견을 성립하기 위해서 필요한 정보를 탐색하고 싶은 욕구를 갖게 되거든요. 그런데서 생겨난 욕구가 어디로 이어지냐 하면 책으로 이어진단 말이에요. 방송에서 다 충족시켜주지 못하니까, 거기서 생긴 지적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서 ‘이 분야에 대해서 지금 잘 나온 책은 뭐야’라는 것으로 이어지게 되고, 책을 찾아보고, 읽게 되고, 책을 읽고 나서는 알게 된 것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거예요. (중략) 치안 분야도 똑같아요. 경찰이 어떻게 돼야 하며, 무엇이 문제이며, 현재 수준은 어디고, 앞으로 어디까지 나가야 될까. 이런 데 대한 차분한 분석들이 방송을 통해, 언론을 통해 제시가 돼야 해요. 그걸 접한 시민들이 우리 동네 경찰서를 들여다보면서 ‘아, 맞다. 지금 우리 동네 경찰서에서 이런 게 있구나, 이런 문제가 있구나, 저 사람들이 아무리 열심히 하려고 해도 안 되는 한계가 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고,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될까’ 고민하면서 관련된 책도 일게 되는 거죠.

Page. 79 외국인 범죄자에게 너무 약한 사법 시스템

지 : 우리 국민감정을 건드릴 수 있는 부분은 미국 측에서도 침소봉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해요.

표 : 그렇죠. 압력이 들어간 건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본다면 지나친 배려를 하는 거죠. 그리고 알게 모르게 그런 게 작용하지 않나 싶어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사법제도에 대한 자신감의 부족, 예를 들어 너무 강한 형벌을 내렸을 경우에 미국 시스템에 대한 기준으로 봐서 한국 사법 시스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 이제까지의 형평성의 혼란, 어려움, 이런 것들이 전부 드러나면 창피한 거잖아요. 그러면 정당성을 상실하게 될 것이고, 그게 두려워서 더 낮은 형량을 내리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어쨌건 한국의 사법제도는 엉망진창이고 형평성도 없고 원칙도 없다, 이게 외국인 대상 사건에서도 상당한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게 봐야 되겠죠.

Page. 121 공소시효의 어두운 역사

표 : 시간의 흐름과 함께 자연적인 형벌 효과가 나온다는 시각도 있는 거죠. 예를 들어 절도를 했으면 3년형을 선고 받을 죄다, 그런데 5년 동안 도망 다녔다, 그게 교도소에 있는 것만큼 고통스럽지 않겠느냐, 이런 거거든요. (중략) 여기에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아까 말씀 드렸던 반인륜적 범죄, 살인, 아동 대상 범죄라든지, 성폭행이라든지 이런 부분에까지 공소시효를 적용하는 것은 사실은 법적 안정성이라는 미명 하에 범인 찾기를 포기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겁니다. (중략) 그래서 많은 나라에서 인권유린적 범죄나 살인, 아동 대상 범죄나 성폭행 등은 공소시효를 안 두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고민이 없었던 거죠.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개개의 국민, 특히 범죄 피해자가 겪었던 고통과 그에게 안겨진 피해들에 대해서 국가 단위에서 고민을 하지 않았던 겁니다. 오직 행정 편의만 생각해 왔던 거죠. 일률적으로 그냥 형량별로 뚜루룩 공소시효를 정했는데요. 그것도 일본 것을 베낀 거예요. 식민 형법입니다. 우리나라의 법학과 법 제도는 여전히 식민 상태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에요. (중략) 그게 통치에 유리하다 보니까 해방 이후에도 식민 법제를 그대로 가지고 들어온 겁니다. 그 이후에 법학자들도 일본의 새로운 판례, 새로운 논문, 일본의 새로운 법 개정 사항을 가져다가 소개를 해요. 입법자들도 ‘일본은 어떻게 하고 있어?’하면서 따라서 법을 만들고 있는데요. 이게 식민이 아니고 뭔가요? 그런 상황에서 공소시효 역시 우리나라에서의 제대로 된 고민은 없었어요. 일본이 그렇게 하니까 받아온 거예요. 일본은 이미 25년으로 살인죄 공소시효를 바꿨는데, 우리는 모르고 있다가 알고 보니 일본이 바꿨거든요. 그러니까 25년으로 바꾼 거예요. 이게 주체성 있는 나라냐고요. 우리나라 법학자와 법조계는 정말 반성해야 합니다.

Page. 203 무장을 포기한 경찰들이 준 감동

표 : 또 영국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데요. 영국에 있을 때 또 놀란 이야기는 뭐냐 하면 총기 소유 문제를 가지고 영국 경찰 내부에서 격론이 벌어져요. 폴리스 페더레이션이라고 해서 경감 이하 경찰관 단체가 있고, 그다음에 슈퍼인텐던스 어소시에이션이라고 해서 경정 이상의 경찰관 단체가 있고, 액포라고 해서 경무관 이상의 경찰관 단체, 이렇게 세 개의 경찰관 단체가 있거든요. 그 당시에 하도 무장 강도, 이런 놈들이 경찰관들에게 총을 쏘고, 칼을 휘둘러서 죽는 경찰관들이 늘어나는 거예요. 그래서 여론이 일어나서 ‘이대로는 안 된다. 경찰관 무장해라’라고 했습니다. 영국 경찰들은 무장 안 하거든요. 특수 경찰관들을 빼놓고는 일선에서는 국민들이 불안해한다고 총을 안 가지고 다녀요. (중략) 그런데 폴리스 페더레이션에서 격론을 거친 후 나온 결론이 그거예요. 자기들이 사망하고, 자기 동료들이 찔려서 죽었는데도, 눈물과 아픔을 무릅쓰고, ‘무장하지 않는 영국 경찰의 전통을 지키겠습니다’라고 결론을 내고 발표를 해요. 국민들이 감동하지 않을 수가 없잖아요. 국민들이 불안할까봐 자기들의 희생을 감수하겠다는 거예요. (중략) 우리 경찰은 너무나 단순 무식하게 권력에서 원하는 것을 다 하고, 무조건 경찰관 힘이 세져야 되고, 권한을 줘야 한다고 하니 누가 믿겠어요. 경찰 지휘 그룹의 수준 자체가 다른 거죠. 그렇다고 영국의 경찰들이 고시 출신이거나 최고의 엘리트인 줄 아세요? 아닙니다. 순경부터 올라온 사람들이에요. 다만 경찰 조직 내에서 그동안 그들에 대한 교육, 그들에 대한 파견 교육, 내부적인 연수를 지속적으로 한 거죠. 그들이 뭐라고 이야기했냐 하면 인베스트 인 피플 오가니제이션이라고 해요. 사람에게 투자하는 조직이라는 거죠. 사람을 제일 중시하고, 한 명 한 명의 자기 발전을 중시하고, 그런 사람들이 커나가는 거예요.

Page. 277 보상받아야 하는 마땅한 이유

지 : 지난번에 말씀하셨지만, 경찰관의 직무 집행상에 있었던 일에 대한 보상도 잘 안 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까지 이야기하기에는 갈 길이 먼 것 같기도 한데요. 실제로 그건 어떻게 보면 세금으로 해결돼야 하는 것 아닌가요? 홍수처럼 재해를 당하는 것이기도 하잖아요.

표 : 재원 확보 방안들이 있죠. 세금으로 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어요. 예산 배정이라는 것은 그렇게 접근하면 당연히 줄이려고 할 수 밖에 없죠. 다른 나라들에서 접근하는 방식은 대개 가해자들에게서 받은 벌금이 있잖아요. 벌금의 일부를 바로 피해자 지원 기금으로 넣고 있어요. 우리는 지금 어떻게 하느냐. 합의라는 제도, 1:1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돈을 줘서 합의를 보고 대신에 형을 탕감받거나, 반의사불벌죄나 친고죄의 경우에는 아예 합의만 보면 벌을 받지 않게 함으로써 알아서 해결하게 하는 거죠. 이건 국가의 의무 방치에요. (중략) 예를 들어 우리 사회에서도 현대 그룹 정몽구 회장이 배임횡령죄에 걸려서 엄청난 벌금액을 선고받았잖아요. 그러면 그 엄청난 벌금이 어디로 갈까요. 전부 국가로 갑니다. 그래서 법원 건물 세우고, 검찰청 세우는 데 씁니다. 국가가 도둑놈이죠. 그럴 것이 아니라 그런 벌금 중 상당수를 피해자 기금으로 넣으면 되는 거죠. 그 외에도 돈 많은 가해자들이 저지르는 수많은 범죄들이 대부분 벌금형으로 처벌이 되는데요. 그들이 내는 벌금의 상당수를 피해자 지원 기금으로 돌려야 합니다. 그렇게 지원하게 되면 피해자도 떳떳합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시혜로 베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죄지은 놈들이 낸 돈으로 당당하게 피해자들이 보상받는다면, 피해자들도 어디 가서 미안해하거나 고맙게 여길 필요가 없는 거죠. 왜 피해자가 고맙게 여겨야 해요?

Page. 423 한국의 과학수사가 발전하기 위해서

표 : 분명히 달라집니다. 제가 계속 주장하는 것이 정의는 때로는 대단히 천천히 오기도 하지만, 반드시 온다는 거잖아요. 과거를 보면 알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도 그래요. 3.15 부정 선거도 그랬어요. 오늘도 기사에 났지만, 67년 만에 여주 양민 학살 사건에 대한 대법원에서의 국가배상 판결이 내려졌다고 하거든요. 때로는 60년이 걸릴 수도 있죠. 그렇지만 분명히 바람직한 방향으로 역사는 흘러가게 되어 있습니다. 이번에 마련된 계기가 지금 당장은 아닐지 몰라도, 다음에 또다시, 이번에 안 고치면 유사한 사건이 또 생기거든요. 그때 ‘봐라, 과거에 그런 일이 지금 또 이렇게 일어나지 않느냐. 이번에는 그냥 둘 수 없다’, 이렇게 될 거라고 봐요. 그때가 되면 경찰은 더욱이나 자기 주도적인 개혁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겠죠. 그렇기 때문에 제발 좀 이번 기회에 이해관계를 따지지 말고, 한번 다 털어내고, 고칠 것 고치고 가자는 부탁을 하고 싶은 거죠.

볼까말까 이 책!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의 감상은 어떨까요? SNS상 독자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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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니 님 : <공범들의 도시>는 자식살해라거나(자식을 소유물로 생각했기에 벌어지는)묻지마 범죄 같은 한국형 범죄의 탄생에서부터 나아가서 불법 도박, 연쇄살인, 미제의혹사건, 국가범죄에 가담하는 경찰들(내부공범자)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광범위한 분야에서 이야기를 전개해나갑니다. 우리 모두가 생각해 볼 문제들에 대해서 천천히 전개해나가며 샅샅이 파헤치고 있지요.

하지만 무지한 저로서는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이 책에서 일반적인 이야기를 풀어나갈 때는 이해를 할 수 있었지만, 어떤 사건을 예시로 들면서 이야기를 할 땐 그게 무슨 사건인지, 어떤 사건인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이야기를 들어야만 했던 것입니다. 이 책이 모든 사회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쓰여진 책은 아니지 않나, 우리 모두가 공범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가 아니었나. 그러니까 ‘무지함은 공범’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이런 사회문제에 대해서까지 알기 위해서는 이 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모두 들을 수 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책에 한 두줄 정도 주석이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이런 점들을 제외한다면, 이 책은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범죄나 사회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도 떼놓을 수 없는 일들이니까요. 상당히 심각한 이야기들이 전개됨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내용은 흥미롭습니다.

candid91 님 : 표창원 님의 책으로는 처음 읽은 것인데, 부패해가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존경할 만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멋진 분이신 듯. 표차원님 다른 책들을 한 두권 더 읽어 봐야겠다. 공범들의 도시는 한국 사회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추천한다.

피오나 님 : 이 책은 현실적으로 벌어지는 문제점들, 과학수사의 어려움, 사법 시스템의 문제점,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범죄를 사회가 방치하고 있는 부분까지, 잘못된 관행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그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아마도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범죄는 남의 일이라는 안일한 생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 범죄를 목격했을 때에도 나에게 피해가 올까 걱정해서 선뜻 나서거나 도와주지 못하는 부분도 있고 말이다. 그런 현실 속에서 <사회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해 발생하는 비극적인 범죄의 잠재적 피해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표창원 교수의 신념은 가히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이다. 국내 유일의 전문 인터뷰어로 알려진 지승호 저자의 글은 재작년 엄청 화제였던 김어준 총수의 인터뷰 <닥치고 정치>를 통해서 처음 만났었다. 인터뷰 대상도 선별해서 정하는 것 같고, 무엇보다 핵심을 찌르는 날카로운 질문이 인상적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지승호가 인터뷰하는 표창원’ 이라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하겠다.

연예인 인권의 그늘, CSI 신드롬과 CSI 이펙트, 범죄 영화에 대한 분석,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과 증가하는 학교 폭력과 가정폭력, 낮아지는 취업률, 심각해지는 빈부 격차, 잦은 권력형 비리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반적으로 잠재된 분노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한국적인 살인, 사회적 특성에 의해서 벌어지는 안타까운 살인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분석하고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준다. 그리고 신창원이 표창원 교수에게 직접 보내온 친필 편지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들, 아직도 미제로 남아 있는 수많은 사건들에 대한 언급까지 두 사람의 대화는 어느 지점에서는 속이 다 시원할 만큼 직설적이고, 흥미진진했다. 어느새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그저 아무 것도 하지 않았을 뿐인데, 그냥 ’공범’이 되어버린 게 아닐까. 나와 상관없다고 정의를 모른 척 하고, 나에게 혹시라도 피해가 올 까봐 두려워하고, 다들 그렇게 하는데, 굳이 나만 고고한 척 바른 생활을 할 필요 있냐며 묻어가고, 그랬던 건 아닐까. 더 늦기 전에 이들처럼 소신 있고, 용기 있는 사람들이 나선다면, 언젠가는 우리 사회도 좀더 공정하고, 정의로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블루 님 : 범죄. 우리가 살면서 누구나 어느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고,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 범죄라는 건 그렇게 갑작스럽게 벌어지는 일이다. 지금 ‘소원’이라는 영화를 통해 조두순 사건이 재조명 받으면서 ‘아동 성폭행에 대한 약한 처벌을 고쳐야 한다’는 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아마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도 그 사건에 대해 들어보았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대부분이 처벌이 미미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 주변에는 이런 사건 이외에도 정말 많은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지도층이 벌이는 여러 범죄는 참혹할 지경이다. 어찌 그렇게 반성도 하지 않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도 하지 않으니 어찌 그들을 두둔할 수 있을까. 힘 없어 억울하게 누명을 쓰는 사람도 적지 않은데, 그들은 가진 힘과 부를 이용해 무죄방면을 받고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두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런 사실을 알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범죄’에 대해 무조건 뉴스를 통해 접하는 이야기만 들으며 손가락질만 하지, 좀 더 깊이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래서는 안 된다. 더러운 짓을 일삼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서 범죄를 보지 않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더 자세히 보고, 더 똑바로 보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이런 일에 대해 자세히 아는 건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나는 어려워 도무지 접근할 용기가 나지 않는 사람에게 ‘공범들의 도시’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은 표창원 전 교수님과 지승호 인터뷰어가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범죄’에 대해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쉽게 설명하고 있다. 누구라도 정말 재미있게, 그리고 유익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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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다 읽고 덮는데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이 떠오릅니다. 처음엔 그저 불평과 불만이 많은 여자라고만 생각했지만, 그녀가 세상에 대한 불만을 참지 않고 계속해서 늘어놓음으로써, 다들 그저 참고 넘어가던 것들이 고발되고 개선되고. 물론 영화는 우리 사회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고들지는 않았지만, 그녀처럼 우리도 어떤 일이 잘못된 것 같으면 공부하고 주장해서 자꾸만 제대로 돌아갈 수 있게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공부하는 기분으로 읽은 책입니다. 사회가 당연히 이렇게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 저로서는 반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여러분께도 적극적으로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한 두 사람이 읽는다고 변하는 것은 없을지도 모르지만 많은 사람들이 읽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모르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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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게재본은 가로수길서점 원문을 일부 수정했습니다. [/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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