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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란 비난하거나 폄하한다는 뜻으로, 영어 disrespect(무례, 결례)에서 온 인터넷 용어이다.)

인종을 비하하고 차별하는 뜻을 담은 말들이 있다. 각 인종과 민족에 대해 아주 다양하게 존재한다. 이에 더하여, 한국에는 세심하게 지역까지 나누어 차별해주는 말들도 있다. 여기 그 예를 늘어놓고 싶지는 않다.

이런 말들은 일상에서 종종 혼동을 일으킨다. 우선, 어디까지를 비하라고 볼 것인지 모호한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말하는 사람은 비하의 뜻 없이 한 말인데 듣는 사람은 불쾌하게 여기는 일이 벌어진다.

또 상식적으로 금기가 되는 말이라도 상황에 따라 스스럼없이 자연스럽게 쓰이는 일도 있다. 비하 언어가 지칭하는 바로 그 당사자들이 이런 말을 스스로 쓸 때다. 흑인을 비하하는 ‘N-word’를 흑인들끼리 자연스럽게 쓴다든가 하는 경우다. 그러나 내가 그런 장면을 보고 이 말이 용인되는 줄 알고 덩달아 입에 올렸다가는 병원에 실려갈지도 모른다.

이러한 혼동과 그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회피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원칙이 있다. 상대방이 듣기 싫어하는 말은 하지 않는 것이다. 말하자면 어떤 메시지가 차별이나 비하인가의 여부는 이 메시지가 지칭하는 사람(비하 대상자)이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를 ‘당사자 테스트’라고 해 보자. 이것은 차별과 비하란 그런 대접을 받는 사람에게 도착하여 전달될 때 실질적 효과를 나타낸다는 점을 고려한 접근 방법이다.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끼는지의 여부를 성 범죄의 한 기준으로 잡는 것과도 비슷하다.

원칙적으로 말하자면, 애초에 인종 차별 의식을 갖지 않는 게 바람직한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자면 ‘남이 듣기 싫어하는 말을 꺼내는 일만 피하라’는 원칙은 좀 편법적인 발상 같기도 하다. 그러나 동시에 매우 편리한 현실적 원칙이기도 하다. 어쨌든 이런 원칙을 지키면 일상에서 문제가 벌어질 일은 없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인종 비하 사고방식을 체화하고 그런 표현을 늘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사람이라도, 그 비하 대상자가 존재하는 곳, 혹은 공개된 곳에서는 입에 올리지 않는다면 일단 현실적인 문제는 벌어지지 않고 모두 공존하며 행복한 듯 살 수 있다.

모욕 여부를 가해자가 결정?

담배회사 KT&G가 지난 9월에 새로 내놓은 담배 ‘디스 아프리카’는 포장 디자인과 광고에서 원숭이를 의인화하여 사용하여 아프리카인을 비하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9월 초에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행위의 시정과 구제를 요청하는 진정이 접수되었고, 현재 조사가 진행중이다. 최근 이 회사는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광고 캠페인을 철회하기로 했다.

이 담배는 담뱃갑에 원숭이 두 마리가 담뱃잎을 말리는 그림을 그려 넣었으며, 광고에서는 원숭이를 양복을 입은 뉴스 앵커와 기자로 의인화하여 등장시켰다.

AfricaMonkey6

(사진: mlbpark.donga.com)
(사진: 트위터 @****inism)

동물을 사람처럼 묘사하는 의인화는 흔한 표현 방식이다.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의 절반 이상이 그런 방식으로 만들어져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프리카나 흑인과 원숭이가 연결되면 문제가 달라진다. 원숭이는 이들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오랫동안 악용되어 온 대상이다. 그 배경에 깔린 것은 야만성, 저급함, 비문명화, 미개함 같은 편견이다.

결과적으로 이 담배의 디자인은 ‘아프리카인 = 원숭이’라는 등식을 아주 노골적인 방식으로 드러내는 모양이 되었다. 개인이 그린 미술 작품도 아니고, 대중을 상대로 하여 판매하는 상품의 패키지와 광고 컨셉으로 이런 게 등장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보도에 따르면, KT&G는 이 담배가 ‘아프리카 전통 제조 방식’으로 생산된 재료를 쓰고 있기 때문에 이름과 홍보 내용을 아프리카로 잡았다고 주장한다. KT&G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단지 원숭이가 사람들에게 아프리카를 연상시키는 유쾌한 동물이기 때문에 사용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원숭이는 유쾌한 동물일지 몰라도, 사람을 원숭이로 묘사하는 것은 매우 불쾌한 일일 수밖에 없다. 제품이 매장에 등장하고 편의점 벽에 원숭이 포스터가 나붙기 시작한 뒤 수많은 비판이 쏟아진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BBC 기사에 따르면, 이 회사 홍보 담당자는 유감을 표명하고 광고를 중단하겠다면서도 담뱃갑의 그림은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했다. 기사는 담당자 말을 이렇게 전했다.

그러나 홍보 담당자는 자기네 회사가 볼 때 담뱃갑의 이미지들이 모욕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므로, 이는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맨 앞에서 말한 ‘당사자 테스트’를 상기해 보자. 인종 차별과 비하 논란을 피하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메시지를 듣는 사람(피해자)이 모욕적이라고 느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KT&G 홍보 담당자의 말에서 비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메시지를 내놓는 사람, 즉 가해자다. 완전히 거꾸로 되어 있다.

아프리카 전문가들이 표시한 분노

‘디스 아프리카’ 담뱃갑의 이미지는 이 회사의 말대로 모욕적이지 않은 것인가. 이를 가장 확실하게 말해줄 수 있는 것은 아프리카인이다. 그래서 아프리카인이나 아프리카 전문가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내가 사는 곳에 있는 대학에는 아프리카 연구(African Studies) 학과가 있다. 이 학과에는 아프리카의 문화와 언어를 가르치는 교수는 물론이고, 문과와 이과를 통틀어 다양한 전공 분야에서 아프리카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교수들이 등록되어 있다. 그 중 많은 사람이 아프리카 출신이다. 이 교수들에게 ‘디스 아프리카’와 관련하여 벌어진 일을 되도록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의견을 구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이메일에는 BBC 기사를 링크하고 담뱃갑과 광고 이미지를 첨부했다.

이들이 보내온 대답은 내가 간추리기보다 여기에 그대로 옮기는 것이 더 간명할 것 같다.

이것은 진정으로 모욕적이고 인종 비하적인 이미지들이다. 뿐만 아니라 담배회사 대변인의 다음과 같은 발언은 그 자체로 인종 비하다: ‘우리는 어느 누구도 모욕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으며, 원숭이를 선택한 것은 이들이 유쾌한 동물로서 아프리카의 사람들을 상기시키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헤겔 시대에 살고 있는 게 아니다! 이 대변인을 포함하여 KT&G의 직원 모두는 자신들이 가진 다른 사람(이 경우는 아프리카인)에 대한 선입관적인 태도를 재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원숭이, 움막 등이 등장하는 이 이미지들은 편견을 반영하고 있다. 그 옆에 쓰인 글자는 또 무슨 편견을 조장하는 것일지… (영문학 교수, 짐바브웨 출신)

광고 캠페인과 담뱃갑 모두 (내가 볼 때) 끔찍할 정도로 모욕적이다. 이 이미지들은 아프리카를 비하하고 아프리카인을 동물에 비유하는 아주 오래된 악습의 맥을 이은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담배를 처리하는 것은 원숭이가 아니라 사람이 아닌가. (여성학/역사학 교수, 아프리카 식민 시대 여성 연구)

전문가들답게 세심한 부분을 지적해 주기도 했다.

이 회사는 아프리카 방식으로 담배를 생산한다고 하지만, 연초 생산에서 아프리카의 ‘전통적인’ 방식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담배는 신대륙(아메리카)의 작물이며, 식민주의자들에 의해 아프리카로 수입되었을 뿐이다. 이 식민주의자들은 돈벌이를 위해 아프리카에 담배 플랜테이션을 조성했다. 여기서 쓰인 인력은 아프리카인 노예 노동이었다. 오늘날에는 소규모 담배 농장이 산재하는데, 수출에 필요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비료와 농약을 집중적으로 사용하므로 토양이 황폐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노동자들의 건강마저 위협하는 실정이다. (부작용 사례를 너무 많이 들어서 생략함) 아프리카의 담배 생산을 조장하여 아프리카를 파괴하는 것에 더해, 이 같은 끔찍한 인종 비하적인 이미지를 마케팅에 사용하는 것은 매우 수치스러운 일이다. (교육정책학 교수, 말라위 및 모잠비크 연구)

이 광고 패키지에 등장하는 것은 침팬지이다. 침팬지는 원숭이(monkey)가 아니라 유인원(ape)이다. 유인원은 꼬리가 없고 손마디로 디디며 걷는 등, 원숭이와는 해부학적 차이가 있다. 뿐만 아니라 침팬지는 ‘쾌활한 동물’이 아니다. 이들은 좋은 애완동물이 되지 않으며, (담배와 같은) 위험한 상품을 홍보하는 동물로 사용되는 것은 부적합하다. 침팬지는 위엄 있는 동물로서, 사람들에게 가혹한 대접을 받는 바람에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됐다. 이 담배 광고 캠페인이 사람을 모욕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침팬지를 비롯한 일부 유인원을 모욕한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 (병리생물학 교수, 우간다 연구)

인종 차별에 둔감한 한국인의 태도를 언급한 경우도 있어 마음이 아팠다.

이것은 당연히 인종 비하가 된다. 나는 한국과 한국인이 이러한 일에 충분히 민감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그래서 이번 일이 그리 놀랍지 않다. 한국인의 차별 의식은 유럽인에 대해서보다 아프리카인에 대해서 훨씬 나쁜 형태로 나타난다. 담배 회사 대변인의 발언은 그러한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줄 뿐이다. (영문학 교수, 아프리카 문학 전공)

아프리카 비교문학을 전공하는 또 다른 교수는 수업에서 토론 자료로 쓰기 위해 이 사례를 학생들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런 반응들은 의견을 묻는 이메일을 보낼 때 사실 좀 걱정하던 것이다. 한국인에 대한 새로운 편견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디스 아프리카’와 관련한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타임] 기사는 “한국인들이 외국인에 대해 갖는 태도, 특히 아프리카 흑인에 대해 갖는 태도는 고질적인 것이다”라고 쓰면서, 지난 여름에 야구 선수 김태균이 일으킨 인종 비하 물의를 거론하기도 했다. 그래서, 의견을 준 교수들에게 감사 답장을 보낼 때, 한국에는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고 강조했다.

KT&G 측은 광고 이미지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했지만, 담뱃갑 그림은 모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프리카 출신이거나 이 지역 문제를 다루는 교수들이 보인 반응은 해당 담배의 이미지들이 분명히 모욕적인 인종 비하라는 것이다. 만일 아프리카인이나 흑인들의 인권 관련 단체에 속한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었더라면, 그 반응은 훨씬 격렬했을 것이다.

‘진화 덜 된 인종’ 폄하의 단골 소재

아프리카나 흑인을 비하하는 것은 물론 KT&G의 의도가 아니었다. 제품의 컨셉을 결정하는 사람에게 폭넓은 문화적 안목이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자칫하면 자기도 모르게 가해자가 되고, 더 나아가 제품과 회사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프리카인, 혹은 흑인들과 원숭이가 얼마나 지긋지긋한 악연의 역사를 가져왔는지를 인식했더라면, 이런 브랜드와 광고가 탄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위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타임] 기사에 따르면, KT&G 측은 제품 광고와 디자인에 쏟아진 부정적 반응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으며, 디자인 기획 과정에서 인종 차별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믿기 어려울 정도다.

아프리카인이나 흑인을 원숭이에 비유하며 비하하는 것은 오래된 악습이며, 그런 사례는 흔하다. 대표적인 경우 몇 가지만 보자.

(그림: filipspagnoli.wordpress.com)
(그림: filipspagnoli.wordpress.com)

흑인, 유럽인, 오랑우탄의 머리 모양을 묘사한 그림이다. 흑인과 원숭이가 유사하다는 편견을 강조하고 있다. 비슷한 것으로서 더 유명한 다음 그림도 있다.

(그림: rncnyc2004.blogspot.com)
(그림: rncnyc2004.blogspot.com)

1854년에 나온 책 [인류의 종류(Types of Mankind)]에 실린 그림이다. 유럽인의 외모를 이상화한 아폴로 상과 흑인, 어린 침팬지의 두상을 늘어놓았다. 흑인은 침팬지와 유럽인의 중간쯤에 위치해 있다. 인종 편견을 반영한 점 때문에 널리 알려지고 따가운 비판을 받은 그림이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사람을 원숭이로 비하할 때 그 모욕의 포인트가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히 알려준다. 아직 인간에 이르지 못한 미개하고 야만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사진: authentichistory.com)
(사진: authentichistory.com)

이것은 2008년 선거 때 이베이에서 팔리던 정치 뱃지다. 버락 오바마를 지지하는 메시지 같지만, 실은 오바마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겨냥한 상품이다. 바나나를 먹는 원숭이와 오바마를 중첩시켰다. 이것은 빌 클린턴의 옷을 홀랑 벗긴 이미지 같은 것보다 훨씬 사악하다. 클린턴은 개인적으로 그렇게 놀림감이 될 일을 벌인 적이 있으므로 그에 대한 풍자로 볼 여지가 있지만, 오바마가 원숭이가 되는 것은 오로지 인종 비하 의식만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와 그 가족을 원숭이로 묘사한 이미지는 널렸다.

원숭이에 빗대어 비하하는 일은 흑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원숭이는 어느 민족이든 미개함을 강조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다.

(그림: thesocietypages.org)
(그림: thesocietypages.org)

이 그림에서 원숭이처럼 묘사된 것은, 유럽에서 자주 편견의 대상이 되는 아일랜드 민족이다. 술병과 횃불을 휘두르며 화약통 위에 앉아 위협하고 있다. 이 민족이 무지하고 야만적임을 암시하는 이미지이다.

오늘은 아프리카지만 내일은 경상도, 전라도가 될 수도

먼 나라 일도 아니다. 일부 한국인도 특정 주변국을 비하할 때 원숭이를 즐겨 쓴다. 만일 초밥 관련한 제품의 광고물이나 포장지에 원숭이들이 초밥을 만들고 있는 이미지를 썼다고 해 보자. 그리고 제품명으로 그 나라 이름을 썼다고 해 보자.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디스 아프리카’의 광고물이나 포장 이미지는 이처럼 심각한 것이다. 단지 그런 일을 벌이고 있는 회사가 그 심각성을 느끼지 못할 뿐이다.

KT&G의 담배 제품 일부는 외국에 수출된다. ‘디스 아프리카’는 수출품 목록에는 들어가 있지 않다. 포장 디자인을 바꾸지 않는 한, 앞으로도 수출할 생각은 포기해야 할 것이다. 세계 대륙 곳곳에 담배를 수출하는 이 회사의 판매 상황을 고려할 때,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고 법률적인 문제에까지 연루될 수 있다. 수출에 점점 더 주력한다는 기업에서 만들어 낸 신제품이, 등장하자마자 국내용으로 제한된다는 것은 회사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그럼 국내용이면 괜찮은가. 한국 회사가 한국 안에서 파는 담배라면, 아프리카인이나 흑인을 비하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는 이미지라 하더라도 괜찮지 않은가. 그래도 문제 맞다. 국내에도 아프리카인이 있다. 한국 내 흑인 거주자들은 이 담배로부터 받은 모욕감과 혐오를 이미 드러낸 바 있다. 숫자가 적으므로 비하하고 모욕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이런 행태는 구체적으로 어떤 특정 집단을 비하했는가의 문제라기보다 사고방식과 인권 감수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같은 사고방식을 유지한다면, 아프리카 비하에 둔감하듯 내 이웃을 비하하는 일에도 둔감하게 된다. 오늘은 아프리카를 모욕하는 상품이 등장했지만 내일은 경상도나 전라도를 모욕하는 제품이 시장에 출현할 수도 있다.

사람에 대한 선입관과 차별은 대상과 상관없이 보편적인 문제이며, ‘디스 아프리카’ 같은 사례는 우리 사회가 이런 중요한 보편적 가치 기준에서 어느 수준에 서 있나를 보여주는 시금석이 된다. 이런 문제를 그냥 흘려 넘긴다면 “한국인의 차별 의식은 놀라운 일도 아니다”라는 평가는 불행히도 한국인 전체의 특성을 규정하는 딱지로 굳어질 것이다.

[box type=”info”][알림] 아프리카인을 원숭이에 비유하는 사례로 제시된 그림 중 두 번째 설명에 오류가 있어 정정하였습니다. 이 그림이 [초기 인류(Early Man)] (1965)에서 나온 것으로 썼으나, 확인 결과 [인류의 종류(Types of Mankind)] (1854)에 실린 것으로 밝혀져 고쳤습니다. 정정한 시각은 ‘2013년 10월 28일 오전 9시 20분’입니다. (편집자) [/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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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댓글

  1.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약간 이견이 있는 부분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원숭이가 아프리카인을 비하하는데 쓰인 오래된 은유이고 그것을 모른 채 그런 은유를 떠올리게 해서 아프리카인이나 지켜보는 이들에게 모욕감을 주고 차별적 구조를 유지/강화 할 수 있는 광고나 언사가 인종차별적 언사라는 것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기사에 따르면 이 광고의 의도는 한국사람들이 갖고 있는 아프리카의 긍정적 이미지=동물의 세계를 원숭이 및 기타 동물로 표현한 것이지 아프리카인들을 원숭이로 비하하려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한국사람들의 왜곡된 시각, 굳이 표현하자면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이 의인화라는 방식으로 표현된 것이지 어느 교수의 답변처럼 “우리는 어느 누구도 모욕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으며, 원숭이를 선택한 것은 이들이 유쾌한 동물로서 아프리카의 사람들을 상기시키기 때문입니다.”라고 표현되는 것은 “단지 원숭이가 사람들에게 아프리카를 연상시키는 유쾌한 동물이기 때문에 사용했다” 라는 경향신문에 실린 답변과는 서술관계상 오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위에 말씀드린 것처럼 “원숭이가 사람들에게 아프리가를 연상시키는 유쾌한 동물이기 때문에 사용”하더라도 당연하게 비하적 표현이 충분히 되며 몰랐더라도 즉각 사과하고 시정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문제는 역사속에서 원숭이가 아프리카의 은유로서 어떻게 인종차별적으로 작용했는지에 대한 몰이해에서 발생하고 차별적 발언의 판별에 있어서 어떤것이 기준이 되는지 모르는 무지에서 발생된 문제라고 생각하며 그것을 명확하게 지적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아프리카=동물의 왕국, 원숭이 라는 발상 자체가 아프리카의 사람이 배제된 오리엔탈리즘적인 것이고 인식론적인 차별과 폭력적인 발언이라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것 또한 다른 차원에서 얘기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는 가령 “this japan”이라는 담배에 원숭이를 모델로 사용한 것과 다르게 얘기돼야 할 문제 같고 그 지점을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KT&G 측이나 이 광고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설득시키긴 쉽지 않을 듯 합니다. 당연히 유럽은 아프리카와 식민지-피식민지 관계로 연결돼 있고 원숭이 비하를 비롯한 인종차별 발언에 대해 더 많은 경험과 더 많은 이해, 그리고 더 큰 사회적 민감성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대다수가 아프리카 사람이나 대륙에 대해 피상적 이해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게 아닐까 싶어요.

  2. 분명히 몰랐기 때문에 그런 실수가 있을 수 있죠. 그러나 문제는 이미 이 광고가 공개되기 이전에 KT&G 밖의 다른 쪽에서 인종차별이라며 즉각 반응을 보인 사람들도 있었다는 점입니다. KT&G 쪽에서 그 의견을 묵살했다는 부분에서 어쩌면 책임이 더 큰 것 같습니다. 광고를 제작하고 공개하는 공기업이 몰랐다는 것 보다 중요한 건 알려고 하지 않았다는 점이죠.

  3. 네. 저도 정말 문제가 되고 어이가 차는 부분은 KT&G의 대응부분이고 ‘인권감수성’을 넘어서 역사적 문화적 몰이해가 상당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제가 이견이 있는 부분은 원숭이로 아프리카를 상징하는 것과 아프리카인을 원숭이로 비유하는 것이 다른데 글에선 그부분이 약간 혼재돼있는것 같아서 그 부분에 대한 의견을 여쭤본 것입니다.

  4. 원숭이가 그냥 나무에 있거나 한 게 아니고 담뱃잎을 말리고 있잖습니까?
    담배잎을 말리는 건 사람이겠죠? 근데 거기에 사람이 아닌 원숭이를 그려놨잖습니가? 이게 아프리카인을 원숭이로 비유한 게 아니면 뭐죠?
    실제 아프리카에서는 원숭이가 담배잎을 연기로 말려 담배로 만들어 파나요?

  5. 답답하다. 이 세상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가? 난 그저 유쾌하던데. 케이티앤지가 마케팅과정에서 아프리카 비하 의도가 과연 있었을까? 애고.. 어찌이리 위트없이 퍽퍽한 생각으로 살아들 가는지..ㅉㅉ

  6. 외국사람들에게 디스 아프리카 에 인종차별 요소가 있는지를 검증하는 부분에서 bbc기사라든지 본 내용 이외의 주관적이 요소를 많이 포함한 내용을 주었다는 것에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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