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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슬로우뉴스가 가로수길서점과 제휴하여 좋은 책과 함께 매주 독자를 찾아갑니다. 가로수길서점은 “가로수길에서의 책 한 권”를 더불어 나누고자 2012년 7월에 문을 연 온라인 공간입니다. (편집자) [/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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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내라.”이란 옛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2012년, 서울을 빠져나간 사람들의 숫자가 서울에 입성한 사람들을 추월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는데요. 서울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해 보셨나요?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는데, 초등학교 때 잠시 일 년 정도 부산에서 살았던 적이 있었어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부산도 도시이기는 하지만 서울과는 다른 환경의 좋은 기억들이 많아서 지금 서울에 살면서도 다른 지역의 삶에 대한 생각도 해보는 것 같아요. 오늘 가로수길서점에서는 서울을 빠져나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물론 서울을 ‘피로도시’라고 무조건 정의할 수는 없지만, 서울을 떠나 다른 지역에서의 삶을 선택한 사람들의 이유를 들어보는 건 현대사회를 살아감에 필요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데요. 남해의봄날 출판사에서 출간된 “서울을 떠나는 사람들”. 먼저 이 책의 저자와 책 소개부터 시작합니다.

이 책의 저자는 모두 9명입니다. 강원 속초의 번역가, 1인 출판인 김승완, 전북 전주의 오너쉐프 김은홍, 강원 화천의 연극 연출가 배요섭, 충북 괴산의 지역 뮤지션 사이, 제주의 IT 기획자 오은주, 경북 포항의 대학교수 이국운, 제주의 바리스타, 작가 이담, 전남 순천의 큐레이터 이명훈, 경남 통영의 기획, 편집인 정은영인데요. ‘3040 지식노동자들의 피로도시 탈출’이란 부제를 가진 이 책은 9명의 젊은 지식노동자들이 호미가 아니라 펜과 컴퓨터를 들고 서울을 탈출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서울을 떠나 작은 도시에서 더욱 새로운 비전을 갖게 된 9명의 지식노동자들의 지역 비즈니스 도전기.

이 책을 볼까 말까. 좀 더 자세히 이 책을 살펴볼까요? ‘오늘의 책 미리 읽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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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ge. 28-29 
처음에 이주해 갈 때는 제주가 관광지라는 사실이 우리에게 결정적이었다. 매일 낭만적인 바다를 경험하고 퇴근만 하면 서울에서는 상상도 못할 휴양지와 같은 휴식이 우리를 기다릴 줄 알았다. 아니었다! 바다가 그렇게 가까이 있어도, 새벽부터 일어나 출근하는 회사 생활은 서울과 하나도 다르지 않았고, 퇴근하면 먹고 사는 일에 바쁘고 빨래하고 설거지하고 마트를 돌아다니는 생활은 서울과 완전 똑같았다. 여기가 제주 맞아? 그렇다. 생활이란 어디나 똑같다.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 그걸 인정하지 않으면 오히려 어떤 지역을 가더라도 새로움이나 신선함은커녕 삶이 지루한 것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뿐이다. 하지만 일상이란 평범하고 또 변함없다는 전제를 인정하면서 여전히 반복되는 생활에 적응하다보면 가끔 선물처럼 주어지는 즐거운 낭만과 마주할 수 있다. 그래, 그런 것들은 분명히 있다. 나는 여름시즌이 되면 바다로 차를 몰았다. 7시 퇴근 시간에 맞춰 부리나케 바다로 차를 몰면 7시 반에는 내 비밀의 장소에 도착, 남자친구와 함께 작은 모래사장이 갖춰진 바닷물에 뛰어들어 목만 내놓고 물 위에 둥둥 뜬 채로 바다 위로 지는 해를 만끽하는 ‘절정’의 기억을 담을 수 있었다.

Page. 69-70
가끔은 우리가 너무 팔자가 좋은 게 아닌가 걱정하기도 한다. 당연히 우리를 부러워하는 사람도 많다. 서울에서 아옹다옹 사는 게 지겨워서 시골로 내려가 개나 키우며 살고 싶지만, 지금 당장은 여러 가지 여건이 받쳐주지 못한다면서, 마흔 살이 되거나 딱 1억만 모아놓고 나서, 아니면 자식들 대학까지 다 보내고 나면, 그 뒤에 한적한 곳으로 들어갈 거라고들 한다. 그러나 보통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할 때는 실력이 없어서나 형편이 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두려움 때문인 경우가 많다. 아니면 그 일을 정말로 원하는 게 아니던가. 우리는 뭔가 괜히 두려워져서, 대학에 꼭 가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광고나 드라마에 나오는 사람들과 비교하면 뭔가 실패한 사람이 된 것도 같고. 하지만 능력 있는 남편을 만나 고급 아파트에 살고, 비싼 차에 아이를 태워 여기저기 학원으로 내돌리고 나면 그 두려움이 없어질까? 아마 아닐 것이다. 어쩌면 내가 록 스타가 되겠다고 부산에서 서울로 간 것도 그런 두려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남과 같은 삶을 살고, 남보다 성공해야 그 두려움이 없어질 줄 알았다. 지금은 자신감과 상상력만 있다면 지역에서도 충분히 내 꿈을 이루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때는 뭘 몰랐으니까.

Page. 114
납득이 된다. 파도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는 게 그리 좋았던 이유가. 어쩌면 하얀 모래에 파란 바다, 파란 하늘이 다 비슷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다녀보면 저마다 풍경이 다르고, 그런 풍경들은 기억 속에 하나로 연결되어 길을 내고 있다. 시간도, 사람도, 공간도, 마치 파스텔로 그린 수평선처럼 경계가 분명치 않게 모든 것이 연결된다. 부처님이 묘사했던 인연의 그물망 같다. 더 이상 고개를 젓지 않아도 된다. 촉촉하다. 이 파도가 태평양과 연결된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설렌다. 공간이 확장된다. 넓지만 갇힌 공간에서 나와, 오히려 무한하게 열린 공간에 섰다. 나를 내세우지 않아도 된다. 나로부터 시작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찾은 것이 있다면 이것이다.

Page. 147
대체적으로 지역 스스로 서울에 대한, 서울 사람에 대한 열등감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 사람이 외국인, 특히 그 중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백인들에게 가지는 열등감과 같이, 서울이 가지고 있는 상징적 권력을 다양한 방식으로 무장해제 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지역에서 해야 할 일들은 부지기수로 많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계속 발굴하고 정리하는 일, 마치 우리가 일제 식민지를 거치면서 잃어버린 언어, 역사와 문화를 되찾듯 각 지역의 고유한 언어, 역사, 문화를 되찾는 일을 기본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식민사관’과 같이 소위 극복해야 할 프레임들이 있다. 일테면 ‘서울 프레임’이다. 서울에 비하면 지역은 없는 게 너무 많은 것이 아니라 서울에 없는 것이 지역에 존재하는 것이며, 어떤 것은 서울의 그것보다 지역의 그것이 비교할 수 없이 더 나은 것이라는 점을 찾아내는 것, 서울에서 할 수 없는 것이 지역에서는 가능한 그런 것을 찾아내고 만들어 나가는 일이 중요하다. 지역에서 서울을 흉내 내는 짝퉁 A급이 아닌 독창적인 B급, C급의 문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 낫다는 말이다.

Page. 198-199
실제 통영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는 가치 있는 콘텐츠를 가진 이들도 많고, 그들의 내공 역시 만만치 않았다. 진정 무림의 고수들을 만났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나는 그 먼 거리를 서울을 오가는 수고를 기꺼이 감당하면서도 통영을 떠나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콘텐츠를 기획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세상과 소통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온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거대도시가 주는 넘쳐나는 일거리와 편리한 시스템이 아니라, 콘텐츠 바로 그 본질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앞만 보고 달리면서 건강을 잃는 혹독한 체험을 하고 나서야 깨닫게 된 것이다. 아울러 나의 삶 역시 겉으로 보이는 허상이 아니라 내 안의 본질, 삶의 콘텐츠가 더 중요하다는 것도 덤으로 깨달으며 삶의 목표에 대해 다시금 방향전환을 하게 된 것도 지역의 삶이 준 선물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서울에서는 얻을 수 없었던 것들을 이렇게 작은 지역, 통영에서 하나둘 깨닫고,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볼까말까 이 책!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의 감상은 어떨까요? SNS상 독자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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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달 님 : 책을 열면 익숙한 사진 한 장이 나온다. 밤이 늦어도 꺼지지 않는 도시의 현란한 불빛, 인파로 가득 찬 거리, 붐비는 지하철. 이 책은 서울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삶의 터전을 가꾸고 있는 아홉 명의 이야기다. (중략) 그들에게 물었다. 언제까지 그곳에 살거냐고. 그들은 알 수 없다고 대답한다. 10년 전 내가 이곳에 와서 살 거라고 생각할 수 없었듯이, 10년 후 내가 어디에서 살지 어떻게 알 수 있겠느냐고. 한번 떠나본 사람은 안다. 우리가 꼭 어딘가에 뿌리 박혀 평생을 살아가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나도 자연과 호흡하며 살아가고 싶다. 새벽 공기를 마시며 일어나고 별빛을 보며 잠들고. 땅의 기운을 받으며 몸의 리듬을 자연에서 맡기면서 그렇게 살고 싶다. 도시에 비해 돈도 없고, 설사 돈이 있더라도 살 수 있는 물건이 없다고 말하지만, 돈이 주는 즐거움보다 자연이 주는 즐거움에 빠진 소박한 삶을 살고 싶다. 떠나고 싶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직 준비가 덜 됐다고. 그런데 이 책에서 누군가 그런다.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가짜거나, 미래에 대한 두려움. 그 두 가지 중 하나일 거라고. 나는 어떤 이유 때문에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걸까.
  • 미오 님 : <서울을 떠나는 사람들> <서울 부부의 남해 밥상> 책마저도 지역성이 담긴 <작은 회사에 다닌다는 것> <내 작은 회사 창업하기> 소소한 대안적 가치의 가능성을 찾는 통영의 전국구 출판사 ‘남해의 봄날’
  • kmiyoung77 님 : 30년 넘게 서울에서 살아 온 나는, 이 책의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왔다. 그럴 만도 했던 것이, 요즘 들어 서울을 떠나볼까 하는 생각으로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던 터라 더욱 그랬던 것 같다. 그러나 막상 서울을 떠나려고 하니, 막막하기만 하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서울이 아닌 다른 곳에는 연고도 전혀 없는 나는, 서울을 떠나는 것 자체가 모험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그런 모험을 하기에는 여건이 ㅠㅠ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들은 모두들 겁 없이 서울을 떠났다. 그리고 보란 듯이 서울을 떠난 곳에서 자리를 잡았다. (중략) 자기가 자라고 많은 시간을 살아 온 곳(고향)을 떠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야말로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나의 삶을 더욱 가치 있게 그리고 더욱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라면 도전을 해 볼 만은 한 듯 하다. 이제 ‘먹고 살 길이 막연해서’라는 핑계는 무의미하다. 세상 어디에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있고, 또 필요로 한다. 서울에서 살아남은 당신이라면 어디에서도 안착할 수 있다. 그것도 아주 성공적으로. 다만, 버리고 비우는 용기는 정말 필요하다.
  • rosaria님 : 개인적으로 이 책에 두 가지 전제를 덧붙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첫째는, 직업이든, 문화든, 편리함이든 “서울”이라는 특권의식의 이면에는 도시 격차, 즉 지역불균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너무 뻔한 사실이지만, 그 불균형 속에 당신과, 나와, 우리가 있다. (중략) 두 번째는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일. 좀 더 자세하게는, “바쁜 서울에서의 일상”이 개개인에게 작용하는 방식이다. 이 책은 그 ‘바쁜’ 서울의 이면에 대해서 다시 돌이켜 보게 만든다. (중략) 이 책은 가장 훌륭한 점은 서울을 떠나 시작된 지역에서의 삶이 유토피아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마치 떠나면 여유롭고 행복한, 경쟁 없는 삶이 펼쳐질 것이라고 착각하지만 사실은 전혀 다르다. 저자들은 오히려 서울을 떠나 “선택한” 지역에서의 삶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 적응해야 할 것들, 넘어서야 할 것들을 이야기한다. 이들이 “선택”한 “삶의 방식”을 보다 의미 있는 것으로 이끌기 위하여.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지역에서도 삶은 계속된다. 오히려 더 풍요롭고, 아름답게.
  • xrxrxr1004 님서울 자체는 분명히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부정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의미를 가지고 서울에 사는 것과 그렇지 않고 사는 것의 차이는 극명하다는 점이다. 그런 문제를 마주했다면, 의미 없는 서울 생활에 떨고 있다면, 불안하다면 떠나라는 것이다. 그 두려움에 사로잡혀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3040 지식인들은 두려워하지 말고 오라는 것이다. 마치 끝날 것만 같고, 도저히 상상하지 못했던 보이지 않은 그 선 반대편을 희망을 가지고 또 희망 속 용기를 붙잡고 넘어선다면, 그 끝은 절망과 어둠이 아니라, 또 다른 삶의 시작이라는 것을 이들은 몸소 경험을 제시하여 우리에게 보여준 것이다. 고대 사라져간 철학가와 이상 가들처럼, 본인들이 실천하지 못하는 이론과 글을 앞세워 사람들에게 실현 불가능한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실천하고 그 경험을 글로 풀어내는 그들의 삶 속에서 그들이 이야기하는 희망은 고대의 그것과는 본질적으로 달라 보인다. 현실을 두려워하는 젊은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이 책은 우리에게 두려워하지 말라며 삶의 증거를 제시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인 것이다. 어느덧 우리 속에 자리 잡은 기회의 땅 서울이 아니라, 우리의 기회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의미 있는 곳으로 떠나라는 이야기를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해본다. 우리의 두려움을 해결한 믿음의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라.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서 나의 삶의 목적을 찾기를 바란다. 이 생각의 씨앗이 교수님께서 내게 갖기를 원하시던 모습이 아니었을까? 그 바쁜 기말고사의 삶 속에서, 나의 과제 말고는 나의 인생 말고는 아무 것도 관심 없는 우리의 가식적인 삶 속 그 서울에서 벗어나서 떠나보라는 말씀을 전하고자 하신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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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런 것 같아요. 꼭 서울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아닌,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은데요. ‘남들이 서울에서 사니, 나도 서울에서 산다.’가 아니라, ‘나는 내 삶에서 이러한 이유로 서울에서 산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여러분은 어떠한 이유 때문에 지금 그 자리에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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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게재본은 가로수길서점 원문을 일부 수정했습니다. [/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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