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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산은 내 언니 같은 산이다.

언니는 두드러지게 잘하는 것이 없는 그야말로 평범한 사람이다. 학교 다닐 때는 공부하는 걸 워낙 싫어해 엄마 아빠 속도 많이 썩였다. 그래도 늘 명랑하고 유쾌하다. 때로 어려운 일을 겪은 언니에게 위로라도 할라치면 어느새 툴툴 털고 소리 내어 웃고 있다. 엄청난 회복력이 부러울 따름이다. 본인이 늘 유쾌하니 모두들 언니를 좋아한다. 나처럼 낯가리고 이렇고 저렇고 판단하고 이유를 만들려는 사람보다는 훨씬 편안하고 즐거우니까.

내 언니를 닮은 친근한 ‘동네 앞산’

청계산을 오르면서 늘 나는 이 산이 언니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청계산은 높이를 자랑하는 산도 아니요, 바위가 뛰어난 산도 아니며, 정상 조망이 절경을 뽐내는 곳도 아니다. 딱히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것 없지만, 서울 인근에 편안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그래서 늘 시끄러운 것도 언니를 닮았다. 언제 가도 위안을 주고 편안함을 선사한다. 서울 시민의 ‘동네 앞산’인 셈이다.

초보자들도 쉽게 도전해 볼 수 있는 산이어서 친구들끼리, 회사 동료들끼리 우르르 몰려 오는 곳이다. 물론 이 산도, 땀도 나고 숨도 차고 힘도 들지만, 산에 대한 두려움 없이 유쾌하게, 웃으면서 오를 수 있다. 그렇다고 초보들만 찾는 곳은 결코 아니다. 산을 늘 오르는 사람들에게도 청계산은 부담 없이 ‘오르는 본능’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친근한 곳이다.

또한, 보통 사람들이 오르는 원터골–매봉 코스가 아니라 양재동 트럭터미널에서 시작하여 ‘옥녀봉–매봉–망경대– 이수봉 –국사봉’에 이르는 종주코스는 등산애호가들에게도 사랑 받는 코스다. 다양한 코스의 조합으로 다양한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청계산이 가진 또 다른 매력일 것이다.

청계산 매봉  2013년 7월 13일 촬영
청계산 매봉
2013년 7월 13일 촬영

패션에 민감하고, IT 업계 종사자가 많이 찾는 산? 

남들이 다 아는 특성 말고 내가 생각하는 청계산의 특징은 좀 다른 곳에 있다. 지난 일 년 동안 열 번 넘게 이 산을 오르면서 발견한 것인데, 이 산은 유독 ‘패션’에 민감한 등산객이 많다. 우리나라 사람들이야 어떤 스포츠를 즐기더라도 그에 맞는 (선수급) 복장을 갖추는 것이 기본 예의이지만, 유독 청계산의 등산 패션은 화려하다. 아마 젊은 층이 가장 많은 산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늘씬한 여성이 반바지에 조깅 패션으로 산행하거나 헬스클럽 트레이너가 아닌가 싶은 근육질 남성도 다른 산에 비해 눈에 띄게 많은 곳이다. 물론 운동복에 삼선 슬리퍼 차림을 볼 수 있는 곳도 바로 청계산이다.

매봉 바로 밑 매 바위 2013년 5월 26일 촬영
매봉 바로 밑 매 바위
2013년 5월 26일 촬영

또 하나 정확한 통계자료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청계산은 직장인, 특히 IT 업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 아닐까 싶다. 늘 청계산에 갈 때면 환율과 주가 등락에 관해 대화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뿐만 아니라 최신형 IT 기기들에 대해서도 ‘성능이 좋네, 나쁘네’ 토론이 벌어지기도 한다. 물론 실제 통계수치는 어떤지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동네 패션에 빌딩가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대화들이 자연스레 흘러다니는 것도 청계산을 정겹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이 아닐까 싶다.

지난 주말, 비 오는 청계산을 다녀왔다. 그렇게 물 많고, 그렇게 조용한 청계산은 처음 만났다. 망경대 바위에 올라도 비구름 때문에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시원하게 불어주는 바람으로 장마철의 눅눅한 기분을 날려 보낼 수 있었다. 산은 언제 가도 늘 새로운 모습으로 만난다. 나날이 새로워질 수 있을까, 우리는.

매 바위에서  2013년 2월 23일 촬영
매 바위에서
2013년 2월 23일 촬영

▶ 등산코스

청계산도 등산코스가 여러 곳으로 나눠어 있다. 가장 흔하게 이용하는 곳은 원터골(서울시 서초구)에서 매봉에 이르는 구간(대략 왕복 2시간~2시간 30분 소요)이고, 여기에 옥녀봉(양재 트럭 터미널 들머리), 옛골을 조합해 코스의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다. 정상은 망경대로 매봉에서 약 1킬로미터 정도 더 올라가면 된다. 원터골에서매봉까지는 잘 닦여진 계단이 대부분이지만 매봉-망경대 구간은 정말 ‘산자락’다운 구간이 이어진다. 청계산의 산다운 모습을 보려면 망경대까지의 코스를 ‘강추’한다.

▶ 먹을 것

청계산은 ‘국립공원’이 아니어서인지 매봉 꼭대기에 컵라면과 아이스크림, 커피, 오뎅(겨울)을 파는 매점이 있다. 매봉에서 망경대 쪽으로 조금만 가다 보면 막걸리를 파는 곳도 있다. 청계산의 대표적인 들머리는 원터골에는 다양한 식당들이 너무나 많다. 두부, 전류와 오리, 곤드레 밥 등이 대표 메뉴.

▶ 교통

서울에서는 양재역에서 4432번 버스를 이용할 수 있고, 경기도에선 1) 의왕시 인덕원 사거리에서 청계동까지는 시내버스(12, 12-1번)를 이용하거나, 2) 성남시 모란역에서 마을버스(11-1번)를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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