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box type=”note”]슬로우뉴스가 가로수길서점과 제휴하여 좋은 책과 함께 매주 독자를 찾아갑니다. 가로수길서점은 “가로수길에서의 책 한 권”를 더불어 나누고자 2012년 7월에 문을 연 온라인 공간입니다.  (편집자) [/box]

gsgb_10_1

‘역사’라는 단어를 듣기만 해도 덜컥 어렵게 느끼는 분들 계신가요? 저는 학창시절 국사나 세계사 공부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막상 시험 준비를 하려고 하면 외워야 할 것이 많다는 생각에 겁이 나고는 했는데요. 여러분은 역사 과목을 좋아하셨나요? 3.1절을 ‘삼점일절’로 부르거나, 야스쿠니 신사의 ‘신사’를 ‘젠틀맨’이라는 의미로 생각하는 등 청소년의 역사 인식이 점점 더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역사가 어렵다고 느껴서 아예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라면, 좀 더 쉽고 재미있게 배우는 방법을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오늘 가로수길 서점에서는 EBS에서 편성한 프로그램 ‘역사채널ⓔ’의 내용을 간추린 책 “역사e”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이 책을 통해 역사가 단순히 어렵고 지루한 것이 아니라 현재의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것임을 인식할 수 있길 바랍니다.  먼저, 저자와 책 소개부터 시작할게요.

“역사e”는 EBS와 국사편찬위원회가 공동기획 하였습니다. 국사편찬위원회는 1946년 창설된 국가기관으로 사료의 수집 편찬과 국사의 보급을 주관하고 있는, 우리나라 유일의 국립 사료편찬기관이자 한국사연구기관입니다. ‘조선왕조실록’ 등 한국사 관련 중요 사료와 한국사 연구성과를 연구자와 국민에게 인터넷으로 서비스하고, 한국사관련 사료를 소장하고 있는 국내 19개 기관을 연결하는 통합시스템을 구축하였는데요. 이를 통해 한국사관련 정보를 연구자와 국민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2011년 10월부터 기획, 편성된 프로그램인 ‘역사채널ⓔ’의 내용을 간추려 모은 것입니다. ‘역사채널ⓔ’는 ‘지식채널ⓔ’의 포맷을 벤치마킹하여 한국사의 주요 사건과 인물들을 새롭게 조명한 프로그램인데요. 본문 속에는 과거, 현재, 미래를 관통하며 우리가 던질 수 있는 본질적인 질문들인 ‘어떻게 살 것인가’,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이와 관련된 역사적인 테마들을 압축적이고도 밀도 있게 풀어낸 내용들이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을 볼까 말까. 좀 더 자세히 이 책을 살펴볼까요? ‘오늘의 책 미리 읽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gsgb_10_2

Page. 31-36
“때를 보아 투항하라.” 임진왜란의 광풍이 조선을 휩쓴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619년 후금과 전쟁 중이던 명나라에서 조선군을 요청했다. “임진왜란 때 구원해준 망극한 은혜가 있으니 나라가 망할지언정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 『광해군 일기』 / 급변하는 동아시아 정세 여진족을 통일한 후금! 중원의 오랜 강자 명! 이 두 나라가 맞부딪힌 1618년 명〮후금 전쟁.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전쟁의 승패, 동북아시아 패권을 장악한 명나라를 거스를 수도 엄청난 군사력을 앞세운 후금과 적이 될 수도 없는 상황. 왕세자 시절, 임진왜란으로 인해 처참히 짓밟히는 백성들의 삶과 무너지는 나라의 참상을 온몸으로 체험했던 광해군은 외국어에 능통한 통역관 강홍립을 총사령관으로 임명한다. (중략) 명군과 함께 싸우다 적에게 포위된 조선군은 후금의 강화 요청에 순순히 항복, 총사령관 강홍립은 후금에게 조선의 입장을 밝혔다. “조선은 후금에 대한 원한이 없고 지금 출병한 것은 부득이해서다.” – 『자암집』 / 명이냐 후금이냐, 명분이냐 실리냐. 그 간극을 유연하게 조절했던 광해군의 외교정책. 광해군의 뜻을 확인한 후금은 조선 침략을 유보했다. 하지만 1623년 인조반정, 광해군 폐위와 함께 그의 외교정책도 폐기된다. 그리고 1636년 후금이 세운 청나라의 조선 침략. 조선은 삼전도에서 굴욕적인 항복의식을 치러야 했다.

Page. 102-103
 남녀가 해야 할 일이 엄격히 구분되어 있던 조선시대, 육아를 담당했던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손자가 태어나 장성할 때까지 16년간 아이를 양육하며 일기를 썼다. 16세기에 살았던 명문가의 사대부 이문건(1494~1567)의 이야기다. 그가 남긴 『양아록』은 지금까지 전해오는 육아일기 중 가장 오래된 것이며, 조선시대 사대부가 쓴 유일무이한 육아일기다. 그는 왜 손자 양육에 그토록 열심이었을까? “아이를 기르는 일을 꼭 기록할 것은 없지만 기록하는 것은 할 일이 없어서이다. 노년에 귀양살이를 하니 벗할 동료가 적고 생계를 꾀하려고 해도 졸렬해서 생업을 경영할 수 없으며 아내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고독하게 거처하는데 오직 손자 아이 노는 것을 보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 아이가 장성하여 이것을 보게 되면 아마 글로나마 할아버지의 마음을 알게 될 것이다.”

Page. 145
자화상은 ‘발견하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protrahere’와 ‘자신’을 뜻하는 ‘self’를 결합한 단어로 ‘자기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그리는 그림’이라는 뜻이다. 자화상은 작가에게 있어서 자신의 인생과 예술을 담아낸 일종의 자서전이다. 따라서 그것을 그린 작가의 정신세계를 노출하게 마련이다. / 진정한 자화상은 겉으로 드러난 얼굴과 내면의 정신이 서로 어울려야 한다. 조선시대에는 이것을 ‘전신사조(정신을 담고 있는 얼굴)’라고 불렀다.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에는 깊은 철학적 기운이 담겨 있다. 그는 삶의 속살을 엿보고 진심으로 사람을 아낀 인본주의자요, 새로운 세상을 꿈꾼 혁명가였다.

Page. 217
집현전 학자들을 대거 투입한 지 10년이 흘렀다. 비로소 세종 24년(1442년) 조선의 달력이 완성됐다. 『칠정산』이었다. 칠정산은 글자 그대로 ‘일곱 개의 움직이는 별을 계산한다’는 뜻이다. 일곱 개의 별은 오늘날의 각 요일을 대표하는 일곱 개의 천체 즉 해와 달, 그리고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을 가리킨다. 별과 행성의 운행, 위치를 살핀 결과를 놓고 일식, 월식은 물론이고 날짜와 계절의 변화 등을 미리 예측하게 된 것이다. / 『칠정산』은 내편과 외편으로 구성되었다. 내편은 원나라의 수시력과 명나라의 대통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고, 외편은 원나라에서 아라비아 천문학의 영향을 받아 편찬된 회회력을 중심에 놓고 연구한 역법이다. 이는 동시대 세계에서 가장 앞선 천문 계산술이었다.

Page. 267
문명비평가 아놀드 조셉 토인비는 『역사의 연구』에서 고대 그리스와 현대 서구의 문명을 비교하면서 문명의 흥망성쇠를 고찰했다. “문명은 역사 속에서 반복된다.” 시대가 달라져도 비슷한 상황이 주기적으로 되풀이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과거의 기록을 살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거에서 반복되어서는 안 될 사건을 미리 발견하고 최대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가 남긴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말 역시 우리에게 기록의 중요성을 깨우친다. 현재와 대화할 수 있으려면 기록해야 한다. 그래야 공동의 기억이 될 수 있다. 『안네의 일기』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종이는 인간보다 더 잘 참고 더 잘 견딘다.” 우리가 펜을 꺼내야 하는 이유다.

볼까말까 이 책!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의 감상은 어떨까요? SNS상 독자리뷰입니다.

gsgb_10_3

  • 리듬 님 : 책을 읽다 보면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읽게 되지만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가슴이 벅차 오름을 느낄 수 있다. 폭군으로만 여기던 광해군이 사실은 뛰어난 외교 전략가였으며 그 누구보다 백성의 생명을 소중히 여긴 군주였다는 새로운 역사적인 평가,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객관적인 역사적 기록을 남기기 위해 목숨까지 걸고 사초를 기록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까지 등재된 <조선왕조실록>을 만든 사관들, 임진왜란 당시 일본 이름 사야가에서 한국 이름 김충선으로 일본에서는 사라졌지만 한국에서 부활한 조선의 명장의 이야기까지. 우리 역사 곳곳에서 나라를 위해 살아가던 그들의 이야기가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다.
  • 동장군 바세 님 : 그 날 이후 안중근은 감옥에 앉아 가족들과 친지들에게 일곱 통의 유서를 남겼다. 동포들에게도 할 말을 잊지 않았다. (책: 역사e) 숙연.

gsgb_10_4

  • li**x00 님 : 이 책은 먼 고려 때의 일부터 최근 21세기의 내용까지 다양한 내용들이 담겨있다. TV를 통해 보았던 그 자막 그대로 앞 부분을 구성하고, 해당 사건이나 내용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를 전달해 준다. 이 구성이 무척 마음에 든다. 마지막에 있는 현 시대상에 대한 멋진 비유는 보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다.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몇 년에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연대기보다 오히려 이런 깊은 이해를 할 수 있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엊저녁에 잡기 시작한 책을 중간에 덮지 못하고 마지막 페이지까지 넘기고 말았다. 그리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하고 결국, 눈을 뜨고 아침을 맞이했다. ‘지식e’처럼 이 책도 시리즈물로 계속 간행되었으면 좋겠다. 벌써 다음 시리즈가 기대된다면 너무 성급한 생각일까?
  • 옹그옹그 님 : 역사e가 더욱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은 가장 최근의 문제나 추세들과 비슷한 맥락의 과거 사례들을 추려 놓았다는 것이다. 그 중 가장 인상 깊게 다가온 것이 선조와 인조 때의 두 차례에 걸친 전쟁과 백정에 대한 차별이었다. 특히 선조와 인조 그리고 그 사이의 광해군 세 명의 임금이 모두 거론되면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탁월한 지도자 선택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쟁이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해서 큰 실감을 못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독자들은 과거의 기록을 통해 전쟁이 불러오는 고통과 참혹함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여러 사회적 문제들과 문화적 타격들을 상상해 볼 수 있다. 덧붙여 사람들이 망각하고 있는 지도자의 참된 요소가 무엇인지도 깨달을 수 있다.
  • 회색 역사. 승자의 기록이라는 역사에 숨겨진 맥락을 온전히 짚어내기 위해서는 교과서 내용을 달달 암기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닐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시각의 다양화, 사고 확장의 시도가 어떠한 다른 해석들을 이끌어 낼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책이다. 우리가 외웠을 때는 시간, 장소, 인물로 기억했던 하나의 사실에 맥락, 시선, 감정을 부여하면서 숨을 불어넣는다. 그리고 각각의 이야기는 더 이상 죽은 이야기가 아닌 살아 숨쉬는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 새롭게 해석되고 소화된다. 특히, 언급될 수 없었던 이야기들,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수 있는 사건과 인물을 다시 짚어봄으로써 새로운 지식으로 전달함과 동시에 그 해석 과정과 방법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는 점에서 읽어 볼 만하다고 생각된다.

오늘 소개한 이 책과 같이 보면 좋은 책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같은 듯 다른 이 책, 볼까 말까’입니다.

gsgb_10_5

“역사e”와 함께 보면 좋을 책으로 김연수 작가의 소설 “밤은 노래한다”가 떠올랐는데요. 이 소설은 1930년대 간도 지역에서 수많은 조선인 항일운동가들이 민생단과 관련된 일본 첩자라는 혐의를 쓰고 중국공산당에 의해 체포, 살해된 민생단 사건이 배경인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쓰기 위해 작가는 도서관에서 사료들을 찾아 모으던 중, 중간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지금 현재 이곳에 앉아 희생자들의 삶과 내면을 짐작한다는 게 잘못되었다고 생각했고, 글을 쓰기 위해서는 그들이 있었던 연변에 가서 직접 느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고 하죠.

그래서 2003년 12월부터 꼬박 9개월간 연변대학교 기숙사와 도서관에서 이 책을 썼다는군요. 저도 사실 이 소설을 읽기 전에는 민생단 사건에 대해 잘 몰랐었는데, 반성이 많이 되었습니다. 소설은 물론 만들어낸 이야기이지만 소설 속 배경은 엄연히 가슴 아픈 우리 역사의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역사에 대한 앎과 무관하지 않고 오히려 역사가 공부가 아닌 지나간 시간에 대한 이야기로 더 가까이 다가올 수 있었다고 생각했어요.

역사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사람들 이야기가 모이고 모인 것입니다. 위 독자 리뷰에서 얘기한 것처럼 단순히 ‘언제, 누가, 무엇을’과 같이 정보를 외우는 식이 아니라,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배우고 알아간다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부족한 역사 인식도 개선되지 않을까요? EBS에서 방영하는 ‘지식채널ⓔ’는 자주 찾아 보지만, ‘역사채널ⓔ’는 아직 보지 못했는데요. “역사e”를 소개해드리다 보니 방송으로도 직접 보고 싶어 집니다.

살아가며 우리는 늘 미래에 대한 생각으로 앞만 바라볼 뿐 과거에 대한, 지나간 시간을 뒤돌아보지는 않는 듯 해요. 우리 나은 삶을 위해서는 어쩌면 과거를 되짚는 일이 중요하다는 걸 얼마 전 어떤 분의 강의를 통해 들었는데요. 그 분 말씀이 새로운 것은 없다, 단지 과거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생각한 사람만이 더 나은 것을 만들어내며 살아갈 수 있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이 책이 여러분의 나은 미래를 함께해 주지 않을까 합니다.

[box type=”info”]본 게재본은 원문을 일부 수정하였습니다. 가로수길서점 블로그의 원문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box]

관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