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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정치인인 울산 택시기사 김창현 님은 하루하루 겪은 이야기를 페이스북에 연재합니다. 이 택시 일기를 필자와의 협의를 거쳐 슬로우뉴스에도 연재합니다. 택시라는 작은 공간 속에서 만난 우리 이웃의 이야기들은 때론 유쾌하게, 때론 담담하게, 또 때론 깊은 감동으로 우리에게 전해집니다. 그 이야기들을 거울삼아 우리는 삶을 돌아봅니다. 그 삶의 풍경을 매주 조금씩 공들여 담아볼까 싶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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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현의 택시일기

처음 택시를 시작할 때가 어제 같은데 벌써 약속한 일 년의 세월이 흘렀다. 원래 일 년이라는 기간은 누가 정해준 것은 아니다. 나 스스로 정한 기간이었고 이를 지키기 위해 무던 애썼다.

사실 택시일기는 처음부터 계획했던 일은 아니다. 두어 달을 몰다 보니 많은 시민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고 이는 반드시 기록해야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졌다. 지금 내가 보아도 가슴 뭉클한 사연이 많다.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독자층도 생기고 열렬한 마니아들도 나타났다. 나에게 이런 능력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주로 칼럼이나 연설문 쓰기를 오랫동안 써왔던 나로서 신기한 경험이다.

댓글을 통해 적극적인 의견을 주는 친구들이 생겨날수록 단순한 글쓰기가 아님을 배우는 기간이었다. 이런 것이 소통이라는 생각.

사실 솔직히 고백하건대 수년 동안 SNS는 나에게 선전의 장이었을 뿐이었다. 일방적인 나의 주장과 활동을 알리는 공간 이외의 의미를 부여하지 못했다. 그러나 택시일기를 쓰는 동안 나는 대화를 통해 많은 친구들과 의미 있는 만남을 가졌다. 아주 소중한 경험이다.

택시를 처음 시작할 때 참 많은 반대가 있었다. 특히 가족들이 말렸다. ‘정치인의 쇼’라는 비난 외 들을 것이 없다는 험한 이야기도 들었다. 그러나 나는 진심을 갖고 이 일에 임하고 싶었다. 그리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 기간이었다.

작년 선거에 떨어지고 난 후 죄송하다는 생각이 많았다. 누구나 이길 것으로 보았던 울산 북구 선거.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당직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나는 노동현장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내게 필요한 것은 노동자의 땀이요 노동자의 힘이었다. 진짜 노동자가 되고 싶었다.

무엇보다 우선 듣는 훈련이 되었다. 정치인들은 정말 잘 듣지 않는다. 짧은 시간 내 자기를 알려야 한다는 강박관념 탓인지 주장은 난무하지만 남의 아픔을 차분히 듣는 데 인색하다. 하루 열두 시간 택시에 앉아 많은 서민의 애환을 들었다. 그리고 그 아픔에 공감하면서 때로 눈물도 흘렸다. 절절한 심정이 되어 카운슬러가 되기도 했다.

여성들이 많이 탄다. 두 번 다시 만날 사람이 아니라 그런지 몰라도 솔직한 고민을 털어놓는 분이 많았다. 연애, 자식 고민, 시어머니 갈등, 남편과 문제 등 사람 사는 문제가 특별히 다르지 않았다. 여성이 행복해야 사회가 행복해진다는 생각을 더욱 굳히는 계기가 되었다.

땀의 소중함을 배웠다. 더운 여름날 얼굴이 발갛게 익고 등에 땀이 흘렀다. 적은 임금이지만 너무나 소중한 돈이었고 정말 함부로 쓸 수 없었다. 교통법규 위반으로 딱지를 떼일 땐 하늘이 노래지는 심정이었다. 천 원짜리 한 장이 얼마나 귀한지…

몸은 많이 상했다. 안 하던 일이라 요령이 없어 더 그럴 것이다. 허리 통증도 심하고 기관지 천식이 생겼다. 이 일을 평생 업으로 하시는 분들이 너무 존경스럽다. 그리고 언제나 이분들의 아픔을 대변하겠다는 결심을 굳게 하였다. 택시는 근본적으로 대중교통수단이 되지 않는 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길이 없다.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나는 택시노동자임을 잊지 않을 것이다.

택시를 하는 동안 고생하여 이루어 놓은 진보당은 깨어졌다.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굴렀다. 작게나마 나의 역할을 기대하던 분들에게 미안하다. 대선이 있었다. 절박한 시기 차를 몰면서 죄송한 맘 금할 길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 깨달은 것. 나만이 할 수 있다는 오만은 사라졌다. 어디에서든 작게나마 자기 일을 해야 한다는 결심을 하였다. 이곳에서 한 사람 시민의 입장으로 보니까 우리 당의 문제, 진보진영의 과제가 아주 잘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책을 내라는 많은 분의 권유를 받았다. 찾아온 출판사도 몇 군데 있었다. 부끄럽지만 용기를 내기로 마음먹었다. 발표한 글과 발표하지 못한 글을 모아 출간하려고 한다. 두어 달 걸리는 작업이지 않을까 싶다. 책으로 나오면 많이 구매하여 읽어 주길 소망한다.

그동안 많은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독자들에게 고개 숙여 감사함을 전한다. 택시일기는 이제 멈추지만 다른 방식으로 계속 소식을 전하며 소통하려고 한다. 더욱 따뜻한 마음으로 정을 나누었으면 좋겠다.

2013년 6월 7일 맑음. 택시일기를 마친다니 나도 아쉽다.

Goodbye Summer 2011
Goodbye Summer 2011 (CC BY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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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초에 페이스북에서 택시일기를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 때는 이미 50여 회 가까이 연재가 되고 있었죠. 한달음에 연재되었던 내용들을 모두 읽었습니다. 때로는 웃었고 때로는 가슴이 찡했습니다. 생활 속에 발 딛고 체험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이 글을 슬로우뉴스에 싣고 싶었고 김창현 님께서 흔쾌히 승낙해 주셨습니다.

사실 주 1회의 연재 특성상 페이스북의 모든 글을 싣지는 못했습니다. 편집을 전담하면서 실을 글을 고르느라 고민도 많았고 싣지 못해 아까운 글들도 많았습니다. 이제 편집에도 익숙해져서 좀 더 예쁘고(?) 읽기 좋게 만들 자신감이 생겼는데 연재를 마치게 된 것도 아쉽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연재를 승낙해주신 김창현 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리고 독자 여러분들께 앞으로도 좋은 글 전해드릴 수 있게 계속 노력하겠다는 약속도 함께 드리겠습니다. (뗏목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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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1. 좋은글 계속 보고있었는데 언젠가 댓글을 달아야지.. 달아야지 했는데 결국 마지막 글을 보고 달게되네요.

    택시를 타게되면 기사분들하고 꼭 이야기를 하면서 목적지에 도착하는편인데, 이 글을 읽으면서 제가 만났던 택시기사님들이 많이 생각났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활동 해주세요.

  2. 택시기사하면 막장이라고들 한다.하지만 그막장에서 드라마는 시작된다.누구나 할순있지만 끝까지 하는이는 많지않다.그들이 잘사는나라가 진정
    선진국이다.정직한이들을 울리지마라.오늘도 달려라 외길인생 후회는없다~

  3. 고맙습니다
    모든 이들이 땀 흘릴 수 있고, 그에 대한 정당한 대우로 행복하게 하루를 지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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