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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가 과연 새정치인가?

슬로우뉴스는 기초선거 정당공천제에 관한 다양한 의견 개진과 기고를 환영합니다. 이 글은 진보정당인 노동당 정책위원장(필자)의 시각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주장을 비판적으로 검토한 글입니다. (편집자)

민주당과의 통합을 추진 중인 ‘새 정치’의 아이콘 안철수.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일관해서 주장해 왔다. 안철수와 뜻을 함께하는 경남지역 출마 예정자들은 정당공천제 폐지는 ‘국민과의 약속’이라는 표현까지 쓴다. 그런데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하는 안철수의 ‘새 정치’는 도대체 그 내용이 무엇인지, 그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도통 알 길이 없다. 마치 ‘창조경제’를 주장하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에서 창조적인 것이 하나도 발견되지 않고 ‘유신 시즌 2’의 분위기가 풍기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원회 중앙운영위원장 안철수 의원은 2014년 2월 20일, 국회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인 25일까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라”고 요구했다. (사진 제공: 민주당)

나는 정당공천제가 지방정치를 쓰레기로 만들어버리는 악의 근원이라는 진단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정당공천제 폐지를 반대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정치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인정할 수 없다. 가장 큰 문제점은 정당공천제 문제라기보다는 바로 보수정당들의 구태가 유발한 폐단들이 문제라는 점이다. 보수정당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과 혁신을 요구해야 하는 건 그래서다. 정당공천제라는 제도 폐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전혀 아니다.

한국사회의 정치지형을 양분하고 있는 보수정당조차 그 폐단을 인정한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제, 과연 새정치의 전제 조건인지 하나하나 살펴보자.

1. 정당이 ‘전국적인 획일적 정책을 추진’한다?

정당은 이념과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정치결사체이다. 따라서 그 이념과 가치에 걸맞은 정책과 전망의 균질성이 유지되며 당은 이를 안팎에서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정당의 가치적 균질성이 지역 차를 무시한 채 획일적 정책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지역의 특수성과 전국적 문제가 항시 발전적 관계 속에서 상호 교류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정당의 정책과제다.

따라서 전국정당이라고 할지라도 지방마다 각각 다른 환경과 특성을 고려해서 지방마다 고유하고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으며, 그 과정에서 지방 의제의 전국 의제화가 이루어진다. 문제는 ‘정당’의 근본적 성격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새누리당이나 민주당과 같은 보수정당의 고질적 병폐이다. 즉, 정당정치를 왜곡하고 있는 정치집단의 행태를 ‘정당’ 그 자체의 문제로 환원하는 태도는 적절하지 않다.

더구나 정당개입으로 인해 지방선거가 이념분쟁의 장이 되고 있다는 주장은 한쪽 면만을 봤다. 지방정치에서조차 정당 간의 반목과 대립은 얼마든지 이념적인 차원을 내포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이념성이라는 것은 개별 사안마다 다 나타나는 것도 아닌데다가 어떤 사안의 경우에는 바로 그 이념적 지향으로 인한 대립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도 있다. 따라서 개별 사안마다의 특수성이라는 것이 존재하며, 정당 간의 대립이 나타난다고 하여 이것을 바로 ‘이념분쟁’이라고 환원할 이유는 없다.

2.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공천권 문제

지역구 국회의원이 “금품제공, 충성서약, 선거운동 동원” 등을 미끼로 지방정치인을 공천한다면 이들을 공직선거법 위반 혹은 정치자금법 위반이나 형법위반 등을 이유로 국가기관에 신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떨어지는 떡고물의 유혹을 피하지 못한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정당공천제를 폐지하지 않으려 한다면, 문제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들을 견제하고 이들을 감당하지 못하는 정당에 대해 그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 정석이다.

정당공천제라는 제도만 없애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호도한다. 현실의 각종 사례들을 들여다보면 정당공천제 존치 여부에 따라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의 일부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벌인 작태를 해소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3. 보수정당들의 대선공약에 대한 문제 제기

새누리당은 물론이려니와 민주당도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겠다고 했다. 이들은 왜 그토록 쉽게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한 것일까?

사실 이 문제는 간단한 한마디로 정리가 된다. 표를 얻으려면 무슨 소리를 못하겠는가? 이게 바로 보수정당이 주장하는 책임정치의 현실이다. 자신들의 공약이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에 대해 고민하기보다는 눈치껏 알아서 시류에 편승하는 게 당선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 바로 이러한 안일한 보수정당의 정치행태가 지방정치의 폐단을 가져온 것이다.

더구나 보수정당의 입장에서는 귀찮은 정당공천제 때문에 책임정치 운운하는 비판의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어 일석이조가 된다. 어차피 정당이 공천권을 직접 행사하지 않더라도 지역할거구조를 최대한 이용하고 있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지역 정치에서 자신들의 영향력 약화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정당공천제가 없어짐으로 인해 자신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부패한 지방정치인에 대해 자신들이 책임질 이유가 사라지는 효과마저 기대할 수 있다.

4. 정당공천과 국가발전 및 정당발전의 관계

“전국적인 정치를 목적으로 하는 정당은 전국적인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을 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지역을 챙기면 정당의 체질과 기반이 약화하고, 이 때문에 중앙정치가 퇴보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지자체의 자율적 자치행정에 국회의원이 개입하면 지방자치도 발목이 잡힌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 자체만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을 전국적 의제로 승화시킬 수 있는 지역 정치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영남권 신공항이나 과거의 진주의료원 문제는 물론이려니와 4대강 개발이나 더 이전의 여러 사례가 지역 문제와 중앙 문제가 자연스럽게 결부된 이슈들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지역 정당의 허용 및 국회의원 비례대표제 확대와 같은 근본적인 대안을 실현하는 것이다. 과연 정당공천제가 없어진다고 해서 지역 문제들이 해결될까?

5. 책임정치의 문제

“정당공천을 받아 당선된 지방정치인은 다음 선거에서 정당공천을 받기 위하여 임기 내내 중앙정당과 지역구 국회의원의 눈치만 살피게” 된다는 주장도 있다. 지방정치인이 정당에 책임을 지도록 강요받는다는 사실이 폐단의 원인일 수도 있지만, 정반대로 지방정치인의 독단으로 지역 이해를 왜곡하는 것을 정당이 제어할 수 있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6. 지방토호의 문제

정당공천을 유지하면 지방토호만 당선되고 유능한 정치신인은 진출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그 지방토호가 정당공천을 받던 받지 않던 보수정당의 지역구 국회의원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7. 정당공천제 전면 시행 후 여성 정치 참여는 급성장했다 

여성 정치인들의 활발한 정치활동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그 모든 내용을 여기서 언급할 수는 없다. 그러나 비례대표 여성정치인보다 여성전용선거구를 통해 여성정치인 등용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주장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오히려 실제 보수정당이 지방선거에 여성할당을 과연 얼마나 지키고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봐야 했다. 예를 들어 공직선거법의 규정에 따라 비례 후보 여성할당 50% 및 지역구 총수 30% 이상 여성할당을 성실히 지키고 있는지 등이다.

정당공천제가 지방정치에서 여성정치인의 등장을 활발하게 하는데 기여했다는 것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통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비례 및 지역구에서 정당공천제가 전면시행되기 전인 2002년에 여성의 정치참여는 불과 2.2%에 머물렀다. 그런데 정당공천제가 현재와 같이 전면 시행된 2006년에는 15.1%, 지난 2010년에는 21.6%라는 놀라운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출처: [지방선거 공천제도 변화와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전망 및 과제](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13년 8월, 14쪽)

출처: [지방선거 공천제도 변화와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전망 및 과제](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13년 8월, 14쪽)

8. 정체불명의 새정치

정당공천제의 폐지 여하에 따라 새로운 정치가 실현되거나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과거 진주의료원 사태를 살펴보자. 홍준표의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을 중앙정치로부터 독립한 지방정치의 사례로 봐야 할까? 당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경상남도와 정부의 조속한 대책을 촉구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사진: 참여연대, 진주의료원에 대한 오해와 진실

참여연대, [진주의료원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서 홍준표 도지사를 패러디한 이미지

홍 도지사가 진주의료원을 폐업하는 것에 대해 정부는 물론이고 여당인 새누리당조차도 떨떠름한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그렇다면 홍 도지사의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은 ‘중앙집권적 국가구조’ 문제인가? 아니면 새누리당이 지방정치를 좌지우지하면서 생긴 문제인가?

9. 참고해야 하는 외국 사례들

정당공천제도의 존재 여부는 정당의 정치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바라봐야 할 문제이지 그 자체로 옳다 그르다 할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입법태도가 바로 그러하다.

일본은 오래된 지방자치의 경험과 지역시민사회의 운동경험 축적으로 한국과는 상황이 다르다. 일본은 정당공천제를 상당한 수준에서 오래도록 유지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독일 역시 정당공천제도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지방정치를 어떻게 이해하고 활성화하느냐가 문제임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특히 독일은 오랜 연방제의 경험이 어떻게 지방정치가 중앙정치로부터 독립되어 유지되는데 기여했는지 등을 검토해야 한다.

프랑스는 아예 중앙당이 지방의회의 공천권을 행사한다. 프랑스는 지방의회가 의결기관일 뿐만 아니라 집행기관의 역할도 병행하고 있다. 중앙당이 공천권을 행사하지만, 지방정치를 통해 성장한 정치인들이 곧잘 중앙으로 진출한다. 결국, 프랑스 사례는 지방정치와 중앙정치의 교유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일 뿐이다.

세계적인 추세가 전국정당의 영향력 퇴화로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을 100% 인정하더라도, 그것은 정당공천제를 폐지 여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10. 비례대표, 진성당원제가 폐해를 치유할 근본 해법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기득권을 포기할 진지한 의사가 없는 상황에서 정당공천제로 인한 폐해를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가 더욱 명확하게 보인다. 지역구 국회의원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과감히 늘리던가 아니면 전면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관련 기사: 19대 총선에서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도입했다면)

또한, 보수정당들의 왜곡된 정당구조에 대해서 먼저 비판이 필요하다. 공천의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보수정당의 독특한 당원제도에 있다. 진성당원제가 아닌 보수정당은 당원들에 의한 실질적 및 절차적 민주주의의 내용과 과정을 충실히 담보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공천이 중앙당도 아니고 지역의 당원도 아닌 지역구 국회의원의 입김에 따라 결정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정당공천제도는 오래된 내천 관행의 병폐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정당공천제 폐지를 마치 정치개혁의 전제조건인 것처럼 호도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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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행인
초대필자, 노동정치연구소(준) 연구원

말을 빼앗긴 사람들이 말 할 수 있게 되는 그 순간을 만들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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